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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덤'이라 말하는 김태균의 당당함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06-01 09:11


◇31일 두산전에서 1회말 선제 투런포를 날린뒤 83경기 연속출루기록을 경신한 김태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4번 타자 김태균은 지난 31일밤 팀이 두산 베어스에 3대1로 승리한 뒤 히어로 인터뷰를 했다. 1회말 상대 선발 장원준을 상대로 선제 투런포를 때려냈다. 자연스럽게 그의 연속경기출루 대기록은 83경기로 늘어났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의 84경기 연속출루기록(1949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1게임 차로 다가섰다. 이미 한국, 일본 기록은 넘어선 지 오래다.

김태균은 웃었다. "테드 윌리엄스 기록과 비교하는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냥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다." '기록이 의식되지 않느냐'고 하자 "지난 4월에 KBO리그 타이기록 때는 아쉬울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타이에 그치면 좀 그렇지 않나. 이제는 진짜 그런거 없다. 타격밸런스가 좋지 않아 걱정이 많을 뿐이다. 팀에 여러 일(김성근 감독 중도하차를 말한 듯)이 있지 않았나. 팀 상황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런 거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기록을 향해 뛰다보면 가장 경계해야할 것이 어느순간 기록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하다 보면 원래의 모습을 점차 잃어가게 된다. 연속안타기록은 스윙 폭을 갈수록 줄어들게 하고, 연속경기출전 기록은 부상을 숨기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벤치는 그 선수를 빼지 못한다.

김태균의 연속경기출루 기록은 좀 다른 양상이다. 김태균이 욕심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이달초 허벅지 근육통에서 복귀했을 때부터 "대타로도 상관없다. 출루기록은 잊었다"고 공개선언했다. 대타로 나서면 그 타석 한번의 결과에 기록이 끊어질 위험성이 크다. 기록을 '덤'으로 여기면 기록의 내용물과 기록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다. 쉽지 않지만 이뤄내기만 한다면 대단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올시즌 타율 3할7푼7리, 7홈런 34타점, 출루율 4할6푼3리를 기록중인 김태균. 하지만 만족이란 없다. 31일 홈런보다도 이후 타석 삼진-볼넷-내야땅볼로 이어진 결과가 불만이었다. 김태균은 지난달 30일밤 윌린 로사리오와 함께 야밤 자진특타를 했다. 바로 다음날 홈런을 쳤다. 자신에 대해선 여전히 냉혹한 평가다. 김태균은 "홈런 하나 쳤을 뿐 타격감이 좋지 않다"며 본인 걱정, 팀 걱정을 했다.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문제도 확실하게 선을그었다. 후배들이 느낄 수 있는 부담감 때문이다. 김태균은 "투수들에게는 내가 뭘 조언해 주겠나. 내가 아는 게 없다. 단지 타자 입장을 조금 전해줄 뿐이다. 후배들의 타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와서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정도다. 내가 코치도 아니고 많은 것을 이야기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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