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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를 꼽는 기준 중 하나는 고의4구라고 할 수 있다. 1점을 내줘서는 안되는 중요한 위기에서 1루가 비어있을 때 아예 포수가 일어나서 공을 받아 고의적으로 볼넷으로 내보내는 고의4구는 주로 중심타자에게서 가끔 볼 수 있다. 사실상 고의4구지만 포수가 앉아서 바깥쪽에 앉아서 받는 경우도 있지만 확실하게 빼야할 땐 포수가 일어나서 받는다.
지금 KBO리그에서 경기후반 위기에서 가장 만나기 싫은 타자를 꼽으라면 KIA의 김선빈이 꼭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홈런 등의 장타는 나오지 않더라도 안타로 타점을 올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3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도 김선빈은 고의4구를 하나 더 얻었다. 8-7로 KIA가 앞선 9회초 1사 2,3루서 김선빈 타석이 되자 NC 김경문 감독은 김선빈을 거르고 다음타자인 7번 최원준과 상대했다. 27일 롯데는 연장 11회말 역시 1사 2,3루서 김선빈을 고의4구로 거르고 최원준과 승부를 했는데 최원준이 윤길현의 초구를 받아쳐 끝내기 만루홈런을 쏘아올린적이 있다. 이날은 최원준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서 1점을 더 달아날 수 있었다.
30일 현재 고의4구를 가장 많이 얻은 타자는 SK 와이번스의 최 정으로 5개다. 2위가 김선빈인데 삼성 이승엽과 4개로 같다. 3위가 KIA 최형우, 한화 김태균, NC 나성범으로 3개씩이다.
김선빈은 얼마전까지 순위에 없다가 이틀만에 고의4구를 4개 얻어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김선빈이 지난해까지 얻은 고의4구는 지난 2009년에 기록한 딱 1번뿐이었다.
그만큼 그의 타격감이 무섭다는 뜻이다. 김선빈은 올시즌 타율 3할5푼5리를 기록하고 있다. 타격 4위. 득점권 타율은 4할4푼2리(52타수 23안타)로 kt 유한준(0.525)과 한화 김태균(0.463)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KIA 팀 내에선 1위다. 5월로만 한정하면 4할5푼8리로 조금 더 높아진다.
김선빈은 계속되는 고의4구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했다. 김선빈은 "처음에 고의4구로 나갈 땐 기분이 좋았다. 나도 이런 대접을 받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런데 두번째, 세번째에도 걸어나가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타점을 올릴 기회가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타격이 좋은데 타격보다는 수비에 더 신경을 쓰고 타격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선빈은 "상무에 있으면서 밀어치고 당겨치면서 여러 실험을 하면서 여러 코스의 공을 칠 수 있게 됐다"면서 "상무에서 2년을 뛰며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라며 자신의 타격이 더 좋아진 이유를 설명했다.
'하위타선의 최형우'인 김선빈이 맹타를 터뜨리는 덕분에 KIA는 이범호와 김주찬이 빠진 가운데서도 좋은 타격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