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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번째다. 남인성군(14·신현중 2년)의 글러브에는 좀처럼 공이 잡히지 않았다. 10번 연속 공을 떨어뜨렸지만, 남군의 눈빛은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드디어 12번째, 날아오는 공을 글러브로 낚아챘다. 공을 던져준 동료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옆 새싹 야구장에서 만난 남군은 "긴 시간 동안 친구들과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공을 던지는 게 재미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이곳은 SK 와이번스가 SK인천석유화학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SK와 함께 하는 희망 키움 야구 교실'. 발달 장애 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면서 신체 발달을 촉진하고, 사회성 및 자신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12일부터 시작된 야구 교실은 11월 22일까지 열린다. 남군 뿐 아니라, 이날 35명의 학생들이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발달 장애로 특수 학급에 속한 학생들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비장애인 학생들과 다를 바 없었다.
가좌여자중학교 교사 배정화씨(26)는 "아이들이 굉장히 즐거워한다. 발달 장애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과 같이 하는 체육 수업에서 직접 참여 하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여기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 교실 안에선 집중하는 게 어렵지만, 체육 활동으로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했다.
캐치볼을 마친 학생들은 잠깐 휴식을 취한 뒤 티볼 경기를 위해 모였다. 두 팀으로 나뉘어 배팅과 수비를 했다. 티 위에 놓인 공을 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타석에 선 서가영양(14. 가좌여중 2년)은 두 번의 도전 끝에 공을 그라운드로 날렸다. 친구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글러브를 낀 학생들은 서로 공을 잡기 위해 뛰었고, 서양은 베이스를 돌았다. 서양은 "공을 치면 기분이 좋아요. 같이 뛰어놀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완벽한 경기 진행은 아니지만, 학생들은 질서 있게 공을 치고 잡았다. 박 코치는 "처음에는 경기 자체가 진행이 안 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몇 번씩 야구를 하더니 이제 경기도 가능해졌다. 한 달이 지났는데, 효과가 보인다. 올 때 마다 학생들이 활발해지는 게 느껴진다. 운동장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운동을 하니 자신감도 향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은채양(14·가좌여중 2년)은 야구 교실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여학생임에도 공을 던지고 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박 코치도 "은채 학생 같은 경우는 정말 많이 활발해진 것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양은 "엄청 재미있어요. 다른 학교 학생들과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몸도 건강해지고, 친해질 수 있어요"라면서 "여러 활동 중에 가장 좋아요. 야구를 하러 오는 게 기대돼요"라고 말했다.
약 1시간 30분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티볼 경기를 마친 학생들은 박 코치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음 수업을 위해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 만난 인천서구 장애인 복지관의 사회복지사 정나라씨(27)는 "처음에는 위험한 운동이라 걱정을 했다. 그런데 자원 봉사자들이 많이 와서 도와주고 있다. 최근에 학교 별로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효과가 아주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씨는 "정신 지체 장애의 경우 움직임이 적다. 신체 활동이 부족한데, 야구를 하면서 활발해지고 사회성도 향상될 수 있다. 여가 활동을 제공하는 것도 긍정적이고, 모자,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하면서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 했다. 그만큼 야구를 즐기는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발달 장애 학생들도 구단의 사회 공헌 활동으로 야구를 접하고 있다. 비록 서툴지만, 학생들은 공을 던지고 치면서 자존감과 사회성을 기른다. 단체 스포츠인 야구의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인천=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