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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구원등판해 세이브를 따내는 낯선 경험을 했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딱 한 번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2006년 10월 2일(이하 한국시각)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있다. 구원 등판 자체가 류현진에게는 생소한 일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게임에서 선발 마에다 겐타에 이어 6회초 등판해 남은 4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다저스의 7대3 승.
류현진의 완벽한 마무리를 가장 기쁘게 반긴 것은 그의 보직 변경을 주도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현지 인터뷰에서 "오늘 투수 기용은 효과적이었다. 류현진은 구원으로 좀더 등판하면서 더욱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아닌 팀을 위해 보직을 바꾼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낸 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이 오래 지속되는건 아니다. 오늘 류현진은 투구수를 늘리면서 이닝을 꾸준하게 끌고 갔다. 그래서 이겼기 때문에 오늘은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구원 피칭에 대한 로버츠 감독의 칭찬에도 불구, 류현진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구원등판)보직을 처음 들었을 때는 구단의 방침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올해 내 성적이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불펜투수로도 잘 던진다면 선발로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마음 속으로는 여전히 난 선발투수다. 선발 기회가 다시 올거라 믿는다. 구단과 얘기하면서 나온 얘기이기도 하다"며 선발 복귀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
이어 류현진은 "오늘 구원으로 처음 던져봤기 때문에 내가 정말 잘 했는지 못했는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할 것 같다. 구단이 지난 며칠 동안 이 문제를 놓고 얘기를 많이 했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새로운 보직을 맡을 준비를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몇 이닝을 던질 지 몰랐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할 거라 보고 그에 맞춰 투구 계획을 세웠다. 실점하지 않고 세이브한 것에 만족한다. 내가 끝까지 던졌고, 팀이 이겼으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다저스 투수가 4이닝 세이브를 기록한 것은 2009년 라몬 트론코소 이후 류현진이 처음이다. 또한 류현진은 1970년 찰리 허프 이후 47년만에 생애 첫 구원등판서 세이브를 기록한 다저스 투수로 기록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