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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극강(柔能剋剛)'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뜻이다. kt 위즈 좌완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이 사자성어를 확실히 이해시켜줬다.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경기. 피어밴드를 위한 무대였다. 2안타도 잘맞은 타구가 아니었다. 6회말 이명기에게 내준 내야안타와 8회 김민식에게 허용한 빗맞은 안타였다. 다시 말해 KIA는 이날 피어밴드를 상대로 거의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구위가 위력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구와 수싸움이 완벽했다. 이날 던진 공 118개 중 스트라이크는 무려 90개. 몸쪽, 바깥쪽, 높은쪽, 낮은쪽 마음먹은대로 던졌다. 피어밴드는 올시즌 비장의 무기로 선보인 너클볼과 체인지업으로 KIA 타선을 요리했다. 구속은 120km 초반대인데, 직구처럼 오다 뚝 떨어지는 지점이 매우 좋았다. 만만해보이는 공에 KIA 타자들의 방방이가 연신 헛돌아갔다. 그야말로 정신을 못차렸다. 또, 너클볼과 체인지업의 궤적이 미묘하게 다르다보니 KIA 타자들 입장에서는 머릿속이 복잡해져 노림수를 제대로 갖고 타석에 들어갈 수 없었다.
KIA 타선을 리그 최고의 파괴력을 자랑한다. 어쭙잖게 힘으로 맞붙었다가는 난타 당하기 일쑤. 피어밴드의 전략이 좋았다. 140km 초반대 직구는 최대한 아꼈다. 이날 118구 중 직구는 고작 49개였다. 그리고 아예 힘을 쭉 빼고 배팅볼 던지듯 주무기 너클볼과 체인지업을 뿌렸다. 너클볼과 체인지업을 각각 31개씩 섞었다. 부드러운 투구 밸런스에서 나오는 변화무쌍 변화구에 KIA 강타자들이 공을 제대로 때려내지 못했다.
피어밴드는 경기 후 "오늘따라 유독 너클볼의 움직임이 좋았다. 그래서 결정구는 거의 너클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