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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 김성근 감독, 자식같던 신성현 떠내보내던 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4-18 21:11



"처음으로 나에게 편하게 얘기하더라."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첫 맞대결이 열린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경기 전 한화 김성근 감독에게 트레이드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가 없었던 17일 한화와 두산 베어스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화가 포수 최재훈을 받는 조건으로 내야수 신성현을 내줬다. 허약한 포수 포지션 보강이 반가웠지만, 한화가 거포 내야수로 차근차근 키우던 미남스타 신성현의 이적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 감독과 신성현의 인연은 특별하다. 김 감독이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 시절 처음 연을 맺었다. 일본프로야구에 도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갈 길을 잃었던 신성현이 잡을 수 있는 마지막 끈이었다. 그게 2013년 말. 김 감독은 신성현의 재능을 알아보고 "열심히 하면 내가 프로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4 시즌 신성현이 홈에 대쉬하다 무릎 십자인대를 다치며 꿈이 날아가는 듯 했다. 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다치지만 안았으면 분명 다른 팀들이 데려갔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원더스가 해체되고 김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했다. 김 감독은 "구단 트레이닝 파트에 부탁을 해 신성현을 돕도록 했다. 그리고 무릎이 완치된 후 우리가 신고선수로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두산도 신성현에 관심을 보였으나 김 감독이 "무조건 한화로 와야 한다"고 신성현을 설득했다. 신성현도 아버지처럼 여겼던 김 감독을 따랐다. 그렇게 2015 시즌 곧바로 1군에서 기회를 얻게 됐고, 신고 선수가 아닌 정식 선수로 새출발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던 신성현을 떠나보내게 됐다. 김 감독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미 양 구단에서 트레이드가 합의돼있었다. 나는 보고만 받았다"고 말했다. 신성현에게 어떤 말을 해줬느냐고 묻자 "별 말 안했다. 이 세계가 다 그런 것 아닌가"라며 냉정한 코멘트를 했다.

하지만 곧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김 감독은 "신성현이 찾아왔다. 내가 '좋은 팀(두산)에 잘 갔다'고 말해주자 '가기 싫은데요'라고 하더라. 신성현을 안 지 벌써 5년이다. 나에게 그렇게 편하게 얘기한 건 처음이었다. 나를 아버지처럼 따르던 친구였는데…"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장타력이 있으니, 두산 가서도 잘할 것이다. 꼭 성공했으면 한다"라며 응원을 잊지 않았다.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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