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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들이 라인업을 짜봐야 감독도 생각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시범경기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t 위즈는 특별한 부상자 없이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kt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김진욱 감독은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사령탑이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통해 파트별로 코치들과 선수들에게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하고 있다. 자율권의 영역이 선발 라인업 작성까지 넓어졌다.
이날 kt는 김광림 타격코치의 의견에 따라 선발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대형과 하준호가 테이블세터, 유한준-모넬-박경수가 중심타선, 6번 장성우에 이어 박기혁 정 현 전민수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주전 베스트'에 가까운 라인업이다. 반면 전날 LG 트윈스전에서는 전민수-홍현빈-김사연-장성우-김동욱-윤요섭-정 현-이해창-심우준 순이었다. 전날 김 감독은 경쟁 포지션에서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선수를 점검하기 위해 백업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미국 전지훈련서 치른 연습경기에서도 김 감독은 코치들에게 라인업을 일임했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에서도 코치들에게 라인업을 모두 짜게 했다. 나는 라인업을 그렇게 짠 이유를 보고받는 정도였다"면서 "시범경기 들어서는 양해를 구해 내가 짜겠다고 했다. 코치들에게는 어제는 왜 라인업을 그렇게 짰는지를 설명하고 오늘은 상황이 이러니 이렇게 라인업을 짰다고 얘기를 해줬다. 서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오늘과 내일은 코치들이 라인업을 짠다"면서 "이곳 고척에서 아직 한 번도 못 뛴 선수가 6명인데, 오늘 3명이 나가고 나머지 3명은 오늘 경기 후반 또는 내일 선발 출전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팀들도 감독에 따라서는 정규시즌 때 수석 또는 타격코치에게 선발 라인업을 맡기는 경우가 가끔은 있다. 하지만 연패가 길어거나 연승을 이어가야 할 때 '징크스' 차원에서 이뤄질 뿐 지속적인 것은 아니다. 김진욱 감독은 이번 넥센과의 2연전에서만 코치들에게 라인업 작성을 일임한다고 했는데, 정규시즌 들어서도 이같은 파격을 이어갈 지는 지켜볼 일이다.
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