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승? 다치지만 말자"고 약속한 김진우의 액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2-16 16:36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KIA 타이거즈가 16일 오후 니혼햄 파이터스와 연습경기를 했다.
선발 등판한 KIA 김진우가 1회말 선두타자의 강습타구에 오른쪽 무릎 옆부위를 맞은 후 쓰러졌다. 한참 후에 일어난 김진우가 이대진 코치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오고 있다. 김진우는 곧바로 김종훈으로 교체됐다.
오키나와=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2.16/

액땜의 사전적 정의는 '앞으로 닥쳐올 액을 다른 가벼운 곤란으로 미리 겪음으로써 무사히 넘김'이라고 돼있다. 이 말 그대로 액땜이라 생각하는 게 가장 좋을 듯 하다.

KIA 타이거즈 투수 김진우가 큰 위기를 넘겼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첫 실전 등판에서 공 2개만을 던지고 쓰러졌다. 큰 부상이 염려됐는데, 다행히 단순 타박상이다.

김진우는 16일 일본 오키나와 나고 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연습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시작이 경쾌했다. 1번 니시카와를 상대로 초구 한가운데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150km 강속구가 들어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구째 145km 싱커가 들어갔는데, 니시카와가 잘 받아쳤다. 직선 타구가 김진우의 오른 무릎 옆쪽을 강타했다. 고통스러운 듯 데굴데굴 굴렀다. 골절 등 큰 부상이 우려되는 장면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KIA 관계자들 입에서 한숨만 새어나왔다.

곧바로 경기장 인근 나고시립병원에서 CT 검진을 실시했다. 천만다행으로 단순 타박상 판정을 받았다. 부상 부위가 붓고, 통증이 지속될 수 있기에 당장 100% 컨디션으로 훈련하기는 힘들 수 있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 만큼 위험한 타구였다.

김진우의 야구 인생은 골곡이 심했다. 2002년 KIA에 입단할 때 선동열의 계보를 이을 최고 유망주로 관심을 받았다. 신인 시즌 10승을 거두며 성공적 데뷔를 했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사생활 논란 등으로 아까운 시간들을 날렸다. 2년 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에 힘쓴 뒤 지난 시즌 중반 팀에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집안일을 보다 불운의 엄지 발가락 골절상을 당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김진우는 무려 3년 만에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김기태 감독과 약속을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김진우에게 "15승도 필요없다. 다치지만 마라"라고 했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첫 실전 2구째 큰 부상을 당할 뻔 했으니 김 감독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을 것이다.

2017 시즌은 KIA와 김진우 개인에게 모두 중요한 한 해다. 김 감독은 계약 마지막해다. 4번타자 최형우를 영입하며 상위권 도약 목표를 세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진우가 선발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 현재 확실한 4, 5선발 요원이 없다는 게 KIA의 유일한 약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진우도 올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이 일생일대의 기회에 대한 간절함이 이날 보여준 150km 초구에 담겨있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큰 부상을 피해 KIA도, 김진우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 무릎이 많이 부어올랐다고 한다. 잘 치료한 후 다시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시간은 충분하다.


오키나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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