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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땜의 사전적 정의는 '앞으로 닥쳐올 액을 다른 가벼운 곤란으로 미리 겪음으로써 무사히 넘김'이라고 돼있다. 이 말 그대로 액땜이라 생각하는 게 가장 좋을 듯 하다.
KIA 타이거즈 투수 김진우가 큰 위기를 넘겼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첫 실전 등판에서 공 2개만을 던지고 쓰러졌다. 큰 부상이 염려됐는데, 다행히 단순 타박상이다.
곧바로 경기장 인근 나고시립병원에서 CT 검진을 실시했다. 천만다행으로 단순 타박상 판정을 받았다. 부상 부위가 붓고, 통증이 지속될 수 있기에 당장 100% 컨디션으로 훈련하기는 힘들 수 있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 만큼 위험한 타구였다.
김진우의 야구 인생은 골곡이 심했다. 2002년 KIA에 입단할 때 선동열의 계보를 이을 최고 유망주로 관심을 받았다. 신인 시즌 10승을 거두며 성공적 데뷔를 했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사생활 논란 등으로 아까운 시간들을 날렸다. 2년 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에 힘쓴 뒤 지난 시즌 중반 팀에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집안일을 보다 불운의 엄지 발가락 골절상을 당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김진우는 무려 3년 만에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김기태 감독과 약속을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김진우에게 "15승도 필요없다. 다치지만 마라"라고 했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첫 실전 2구째 큰 부상을 당할 뻔 했으니 김 감독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을 것이다.
2017 시즌은 KIA와 김진우 개인에게 모두 중요한 한 해다. 김 감독은 계약 마지막해다. 4번타자 최형우를 영입하며 상위권 도약 목표를 세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진우가 선발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 현재 확실한 4, 5선발 요원이 없다는 게 KIA의 유일한 약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진우도 올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이 일생일대의 기회에 대한 간절함이 이날 보여준 150km 초구에 담겨있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큰 부상을 피해 KIA도, 김진우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 무릎이 많이 부어올랐다고 한다. 잘 치료한 후 다시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시간은 충분하다.
오키나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