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농구 꼴찌 kt 유태열 대표 "올해 하는 거 보고 판단해 달라"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2-02 19:28


유태열 kt 스포츠 사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kt 스포츠는 '야구, 농구, E-스포츠, 사격, 하키' 등 5개 선수단을 운영 중이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이 kt를 상대로 6대 2로 승리했다. 5연패를 당한 kt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8.09

kt 위즈 선수단이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했다. 김진욱 감독이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공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1.31

2014년 출범한 kt 위즈는 2015년 KBO리그 1군에 합류했다. '막내' kt 창단으로 KBO리그는 사상 최초로 10구단 시대를 맞았다. 저변이 취약한 한국야구에서 10구단 체제는 무리라는 주장이 있었고, 선수층이 빈약해 경기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확장성 측면에서 기대가 컸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된 후 비어있던 수원에 프로야구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야구인들의 일자리도 늘었다. 10구단 체제는 관중 800만명 시대까지 앞당겼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위즈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 2년 연속 3할대 승률에 KBO리그 10개팀 중 10위. 신생팀이 정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까지 이어져, 구단 이미지까지 실추됐다. 최악의 상황에서 구단 리더십도 흔들렸다. 사장-단장-감독이 모두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말 kt는 유태열 사장(57)을 맞았다. 팀 출범 후 3년간 3명의 사장이 옷을 벗었다. 낙하산 사장 논란이 있었고, 외풍에 시달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태열 사장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는 kt는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까. 유 사장은 "올해 우리가 하는 걸 보고 판단해달라"고 했다.

-오랫동안 통신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스포츠단을 맡았다. 이전 경력이 스포츠단과 매치되는 게 있나.

발령나자마자 가장 고민한 부분이다. 30년간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로 일했다. 스포츠 경영이 이전에 해 온 일과 많이 다르지만, 경영적인 면에선 비슷한 점이 있다. 스포츠 아이템과 통신 상품이 차이가 있는데,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

-조직이 작다보니 쉽게 생각했던 구단 사장들도 있었다.

와서보니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전에 있던 회사 구성원이 1만명이었는데, 1만명이든 200명이든 똑같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야한다. 한 사람만 탈선해도 기업 전체 목표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산적한 일이 많다. 할 일이 많다는 게 나에게 챌린지(도전)가 될 것 같다.


-팀이 출범한지 3년 밖에 안 돼 4번째 사장으로 부임했다. 외풍이 심한 것 같다.

성과를 올리면 당연히 오랫동안 있을 수 있지 않겠나. 성과가 없는데 욕심을 내는 것은 무리다. 여러 위협 요소 때문에 그룹에서 나를 보낸 것 으로 안다. 여러가지 이슈 때문에 단명하신 분도 있는데, 그룹 내부적으로 스포츠 경영과 시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kt 스포츠는 (그룹 내)변방 회사가 아니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사명감 갖고 왔다.

-스포츠단 사장 얘기가 나왔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최고위층에서 주문이 있었을텐데.

야구는 2년 연속 최하위를 하면서, 여러 사건 사고가 있었다. 플러스 요인보다 마이너스 요인이 부각되다 보니, 그룹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 플러스로 바뀌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지난 2년간 기업 가치, 브랜드 가치, 수원 연고 가치를 높여야 했지만, 노력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 같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게 우선이다. 그룹 고위층이 바뀌기도 하지만, kt는 130년 역사의 국민 기업이다. 사회적 역할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유태열 kt 스포츠 사장.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창단 때는 상당히 의욕적이었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전임 회장의 유산이다보니 덜 신경 쓰는 게 아닌가.

kt에 30년간 있었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부 기조 변화는 크게 없다. 전임 김준교 사장님이 해왔던 것을 흐트리지 않겠다. 이전에 만든 '인성, 근성, 육성' 기조를 이어가겠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지속 가능성이다. 사장이 바뀌고, 누가 오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야구단, 농구단 모두 꼴찌다. 스포츠단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뭔가. 정체성이 모호하다.

왜 kt가 야구를 했을까, 성적이 났다면 이런 질문이 안 나왔을 거다. 지난해 잘 하다가 후반기에 추락해 아름답지 못한 꼴찌를 했다.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한다. 여러 부분에서 신뢰를 잃었는데, 신뢰 회복이 최우선 목표다. 올해 내가 하는 걸 보면, kt의 방향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지켜봐 달라. 투자한다고 해놓고 약속을 못지키는 모양새가 됐는데, 바꿔나가겠다. 200억원짜리 선수를 데려와 우승한다면 투자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력을 더 다듬어야할 시기다.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시기를 봤다. 지금은 기본에 충실한 투자를 해야할 때다. 육성에 힘쓰면서, 내부 선수 대우를 더 잘 해주려고 한다.

-선수단 사기를 올려야 하는데, 전체 연봉은 오히려 줄었다.

그 부분은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육성을 강조하면서 외부 전력보강 없으면,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까지 기다려 줄 수 있나.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가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다. 우승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컵스를 보니 3~4년 육성 과정을 밟고, 2~3년 적절한 투자를 해서 팀을 만들었더라. 우리도 3~5년 계획을 세웠다. 구제적인 숫자를 언급하기가 어려운데, 3년을 생각하고 있다. 일단 탈꼴찌가 우선이고, 그 다음에 성적은 바뀔 수 있다. 여기 있는 동안 몇 등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기 보다,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키겠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투수 고영표가 팀의 6대2 승리를 확정짓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9.20/
-지난해 전력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올해도 유력한 꼴찌 후보다.

우리가 1등할 거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렇다고 꼴찌라고 단정짓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외부 선수 영입은 못했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감독과 선수 역량 키워줄 코치들을 영입했다. 단장을 중심으로 프런트와 현장이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외국인 투수에 투자를 하고 싶었지만, 원했던 선수가 다른 리그로 진출하거나 안 맞았다. 사실 외국인 투수 몸값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몸값 100만달러 이상의 투수를 데려오려고 했다.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강팀으로 도약한 NC 다이노스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이런 점이 부담이고,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NC 얘기 많이 들었다. NC, 넥센 모델을 참고해 kt 만의 구단 모델을 만드는 게 숙제다. 30년 넘는 전통의 구단은 못 따라간다. 또 NC, 넥센이 잘 한다고 해도 무작정 따라가선 안 된다.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해 kt 스타일의 구단 운영 모델 만들어야 한다.

-NC,넥센로부터 구체적으로 뭘 배우겠다는 건가.

넥센은 작지만 효율적인 팀으로 알고 있다. 투자 응집력이 강하다. NC는 젊음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가는 것 같다. 자꾸 투자 안한다고, 짠 회사라고 하는데, 투자 응집력이 중요하다. 그룹이 그려나가는 이미지에 맞게 최적화 시키겠다.

-2년 연속 승률 3할에 그쳤는데, 리그 전체 흥행을 보면 민폐다.

지난해 승률이 3할7푼이었는데, 상반기에 4할3푼, 하반기에 3할3푼이었다. 상반기 경기력만 유지해도 꼴찌는 안 할 수 있었다. 왜 꼴찌를 했는 지 원인을 분석하고 진단했다. 소통, 리더십, 팀워크 문제를 치료하고 이제 다시 출발선에 있다. 성적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승률 3할7푼이면 민폐라는 것 인정한다. 올해는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준비하겠다.

-밖에서 봤던 스포츠단과 실제 와 보니 뭐가 다른가.

kt 스포츠단에 5개 종목이 있다. 야구와 농구가 모두 꼴찌, 10-10이다. 하지만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본다. 한두계단 올라가는 건 어렵지 않다. 지금 자원으로도 잘 묶으면 충분하다. 우리팀 자원이 열등하지 않다. 농구가 10연패를 했는데, 회사가 안 좋은 시기였다. 회사 안정되는 시점에서 농구단 성적이 좋아졌다. 구슬이 없는 게 아니라 구슬을 잘 꿰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사격은 큰 기록 갖고 있고, e-스포츠는 1등 꿈을 갖고 있다. 최근 e-스포츠 대형 선수들 영입했지만, 오버페이라고 생각은 안 한다. 적정선에서 전력 보강해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투자를 한 거다.


kt 위즈 주 권의 투구 모습.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
-이전에도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나.

지난해 주 권이 구단 첫 완봉승을 거뒀을 때 위즈파크에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농구부 식스맨으로 뛰었다. 농구는 직접 해 좋아했고, 야구는 국민 스포츠 아닌가. 2년간 대전에서 근무할 때 한화 팬 사이에서 kt를 열심히 응원했다. 야구 잘 아는 사람이 사장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장단점이 있다. 김진욱 감독이 야구 전문가이고, 김 감독이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게 프런트가 해야할 일이다.

-한화, KIA전을 보면 원정관중이 홈팬보다 많다.

성적은 꼴찌였지만 홈 관중은 8등을 했다.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팬 15만명을 관리하고 있다. 팬들의 충성도를 살리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 동탄, 화성, 용인, 판교 등 경기 남부쪽을 새로운 팬 벨트로 설정해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신도시에 스포츠를 직접 즐기고 좋아하는 젊은 팬이 많다는 분석이 있다. 성적이 올라가고 경기력이 나아지먼 팬 응집력이 좋아질 것이다.

-통신 라이벌인 SK 류준열 사장과 경력이 비슷하다. 두 팀은 수도권 라이벌이기도 한데.

라이벌 의식 더 고취시키고 싶다. 지난해 라이벌전에서 1승3패로 밀렸다. 도전장 던지려고 준비하겠다. SK는 젊은 감각 있는 구단이고, 류 사장도 새로운 모델을 시도하는 것 같다. 류 사장과 항렬도 같은데 족보 좀 찾아봐야 겠다.(웃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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