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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1루수는 팀의 중심타자들이 포진하는 자리다. 각 팀의 1루수를 보면 한가락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2000년대 이후 KBO리그를 주름잡은 이승엽, 김태균, 이대호, 박병호, 테임즈 모두 1루수다. 1루수는 지명타자와 마찬가지로 타격 실력이 무조건 좋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몇 년 동안 1루수가 신통치 않았다. 이대호가 2011년 말 해외 리그로 떠난 뒤 마땅한 1루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대호에 이어 롯데 주전 1루수를 맡은 선수는 좌투좌타 박종윤(34)이다.
결국 지난해 롯데는 주전 1루수를 바꿨다. 우투우타 김상호가 주전 1루수로 기용됐다. 김상호는 총 93경기에서 1루 수비를 봤다. 타석에서는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내며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366타수 106안타), 7홈런, 56타점을 기록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시즌이었다. 김상호는 201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입단해 2군을 전전한 뒤 상무에서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1군 기록은 별로 없다. 지난해 신인 선수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파워와 적응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조원우 감독은 올시즌 김상호를 주전 1루수로 기용할 방침이다. 그렇다고 결정을 굳힌 것은 아니다. 변수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종윤은 여전히 경쟁자다. 조 감독은 "지금 상황에서는 상호가 1루수로 성장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롯데는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 1루수로 쓸 생각도 했다. 지난 시즌 팀홈런수가 127개로 이 부문 8위에 그쳤던데다 FA 황재균의 거취가 불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황재균의 잔류 여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거포 1루수 영입도 롯데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전천후 내야수 앤디 번즈를 데려왔다. 번즈는 홈런을 많이 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수비와 기동력이 좋은 선수다.
이는 김상호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물론 황재균이 남을 수도 있고, 아직 선택의 방향을 잡지 못한 이대호가 전격적으로 롯데로 복귀할 가능성은 있다.그러나 팀 입장에서는 2~3년 뒤를 내다보고 거포 한 명쯤은 키워야 한다. 그게 바로 김상호라는 이야기다. 롯데에는 최준석 강민호라는 거포가 있지만, 이들의 컨디션을 늘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2015년 상무에서 전역한 김상호는 지난해 2군에서 시즌을 출발했다. 4월 한달간 타율 4할9푼1리, 7홈런, 27타점을 올리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이자 1군의 부름을 받았다. 5월초부터 주전 1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손목 힘이 워낙 좋아 타격 기술만 가다듬으면 30홈런을 때릴 수 있는 거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롯데의 기대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