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퐁당' 사이클 니퍼트, 36세 되는 내년에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12-24 11:25


올해 22승을 거둔 두산 니퍼트는 내년이면 36세가 된다. 나이가 많고 부상이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 두산은 장기계약을 꺼리고 있다. 지난달 14일 시상식에서 구본능 KBO 총재로부터 MVP 트로피를 건네받고 있는 니퍼트.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올시즌 22승을 거둔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현재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와 정규시즌 MVP 시상식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갔던 니퍼트는 지난 18일 귀국해 이틀 뒤인 20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 구단 사무실에 들렀다. 재계약과 관련해 구단 고위층을 만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쏠렸으나, 두산은 단순히 인사를 하기 위해 들른 의례적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니퍼트는 자신의 계약 협상과 관련, 에이전트에 모두 일임한 상황이다. 두산은 니퍼트에게 외국인 선수 최고 대우를 해줘야 하는 입장이고, 그 수준에 맞춰 계약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와의 협상을 마무리한 두산은 니퍼트 재계약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니퍼트는 올시즌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외국인 투수가 MVP와 골든글러브를 모두 차지한 것은 2007년 두산 다이엘 리오스에 이어 니퍼트가 두 번째다. 니퍼트는 내년에도 두산의 '판타스틱 4'를 이끌 에이스로 그에 걸맞은 대우가 뒤따라야 함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니퍼트의 올시즌 연봉은 지난해 150만달러에서 30만달러가 깎인 120만달러였다. 내년 연봉은 200만달러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니퍼트가 내년 시즌 자신의 위상과 몸값에 맞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니퍼트는 2011년 KBO리그에 데뷔해 2015년을 빼고 5시즌에 걸쳐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첫 해 15승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11승10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호투를 펼쳤다. 2013년 부상으로 19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12승이나 올리면서 에이스 역할을 했다. 2014년 30경기에서 14승을 따낸 니퍼트는 지난해 20차례 선발로 나서는 등 잦은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포스트시즌서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2년부터 한 시즌 잘하면 다음 시즌 부상에 시달리는 '퐁당퐁당' 사이클에 비춰보면 니퍼트는 내년에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2013년 등과 어깨 부상으로 118이닝을 던지는데 그친 니퍼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시즌에도 등 담증세로 로테이션을 거른 적이 있다.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탓에 나이에 따른 체력 부담, 부상 위험성 증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두산이 니퍼트가 원하는 다년계약을 꺼리고 싶어하는 이유다.

역대로 20승을 거둔 투수들의 다음 시즌 활약상은 어땠을까. 니퍼트에 앞서 가장 최근 20승을 올린 투수는 넥센 히어로즈 밴헤켄이다. 밴헤켄은 2014년 31경기에서 20승6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한 뒤 2015년에는 32경기에서 15승8패를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투구이닝도 2014년 187이닝에서 2015년 196⅔이닝으로 늘어 20승을 거둔 뒤 오히려 더욱 강력한 몸상태를 과시했다.

KBO리그에서 통산 90승을 기록한 리오스의 경우 2007년 22승을 따낸 뒤 이듬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지만,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퇴출되는 수모를 당했다. 1999년 20승을 마크한 현대 유니콘스 정민태는 이듬해인 2000년 29경기, 207이닝을 던져 18승을 거두며 기세를 이어간 바 있다.

니퍼트가 내년에도 20승을 올릴 지 알 수는 없지만, 나이와 부상 경력, 시즌별 사이클 등을 감안하면 더욱 신중한 몸관리가 필수적임은 분명해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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