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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선발 약화, FA 시장에 에이스가 사라진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12-19 10:38 | 최종수정 2016-12-20 09:00


이번 FA 시장에는 양현종 김광현 차우찬 우규민 등 에이스급 선발투수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내년 이후에는 이같은 거물급 선발을 FA 시장에서 구경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FA 선발 빅4 가운데 양현종만이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선발진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이다.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장원준을 데려와 선발진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2015년 FA 계약을 통해 4년 84억원을 받은 장원준은 첫 시즌 12승12패-평균자책점 4.08, 올시즌에는 15승6패-3.32를 기록했다. 두 시즌 동안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합계 337⅔이닝을 던졌다. 역대 FA 모범 사례로 장원준만한 선수는 없다.

물론 실패한 FA 선발들도 있지만, 기대만큼 활약해 준다면 팀으로서는 우승과 같은 투자 대비 효과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오프시즌마다 선발투수는 '귀하신 몸'으로 각광받는다. 이번 겨울 FA 시장에는 거물급 선발들이 역대로 가장 많이 포진했다. 양현종 김광현 차우찬 우규민 등 이른바 FA 선발 '빅4''는 해외진출이란 카드까지 앞세워 몸값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다.

구단 발표 기준으로 차우찬은 LG 트윈스와 4년-95억원, 우규민은 삼성 라이온즈와 4년-65억원에 계약했다. 김광현은 팔꿈치 수술이 결정돼 내년 한 시즌을 쉬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SK 와이번스와 4년-85억원에 사인했다.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와 협상을 진행중인 양현종은 시장가가 100억원 이상이다. 이들 4명 모두 1선발 또는 2선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구단들은 얼마라도 내어줄 수 있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구단간 경쟁이 붙을 경우 10억원 이상 몸값이 올라간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 FA 시장에서 에이스급 선발로 60억원 이상을 거머쥔 투수로는 2014년 장원삼, 2015년 장원준 윤성환, 그리고 KIA와 사실상 FA 계약을 한 윤석민 등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 2~3년 동안은 FA 시장에서 수준급 선발투수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KBO에 따르면 내년 시즌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선수는 30명에 이른다. 올해까지 고졸 8시즌을 채운 선수가 14명, 대졸 7시즌을 채운 선수가 2명, 재자격 3시즌에 도달한 선수가 14명이다. 이 가운데 투수가 14명인데, 최근 2시즌 동안 10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투수는 한화 이글스 안영명 한 명 뿐이다. 타자들 중에는 SK 정의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과 강민호, 두산 민병헌, KIA 김주찬, 한화 정근우 이용규 등이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기존 FA 계약을 한 선발투수들 가운데 장원준 윤성환 장원삼 등은 2018시즌을 마쳐야 재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두 번째 FA 계약을 한 뒤 맞는 첫 시즌인 2019년에는 나이가 각각 34세, 38세, 36세에 이른다. 이들을 제외하고 2년 뒤 FA 자격을 첫 취득할 수 있는 젊은 선발들은 없는 형편이다. 류제국(LG)과 유희관(두산)이 FA가 되려면 4시즌 이상을 더 채워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에이스급 선발이 필요한 팀들은 이번 겨울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KBO 구단들이 장기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해 투자 계획을 세우는지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모기업으로터 예산을 받아쓴다는 점에서 당해 연도 FA 시장 공략만으로도 고민이 깊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국내 토종 선발자원 육성에 대한 인식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언제까지 외국인 투수들에게 로테이션을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양현종을 마지막으로 몸값 상승을 주도할 FA 선발투수는 향후 몇 년 동안은 보기 힘들 것이 확실시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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