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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이 KIA 타이거즈를 선택했다. 양현종은 지난 9일밤 가족회의를 거쳐 국내에 남기로 했다. 양현종측은 타팀 이적 가능성을 봉쇄하고 KIA 잔류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는 양현종에게 2년간 최대 6억엔(약 66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션이 포함됐지만 달성하기 힘든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눈여겨 볼 대목은 양현종이 KIA로부터 아직 정확한 오퍼(제시액)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차례 만났지만 양현종의 해외진출 의지가 강해 KIA는 잡기 힘들다는 내부판단을 내린 상태였다. 희망액을 주고받을 새도 없었다. KIA가 새로 영입한 외국인투수 팻 딘은 좌완이다. 양현종 유출에 대비한 포석이다. KIA 구단은 즉각 양현종의 의중을 파악한 뒤 FA잔류협상에 나설 참이다. 양현종은 KIA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줄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미 최형우, 김광현, 차우찬(언급되는 몸값)이라는 FA모범답안을 본 상태다. 시장가가 어느정도 형성된 상태다.
이번에 양현종이 요코하마로부터 제시받은 돈은 외국인선수 첫해 연봉으로는 특급 수준이다. 일본프로야구는 외국인선수 보유 제한이 없고 출전만 제한(4명)이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능력을 입증하면 몸값이 대폭 상승하지만 새로오는 외국인 투수들의 경우는 웬만해선 8000만엔을 넘지 않는다. 일본 써보고, 결과물을 본뒤 투자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물론 토종선수들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수년전만 해도 일본프로야구 진출은 해외생활이라는 어려움이 있어도 확실한 연봉보상과 더 수준높은 야구를 한다는 도전정신이 있었다. 오승환과 이대호가 일본프로야구를 발판으로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지만 이는 특이한 경우다. 선동열 이종범 정민태 정민철 구대성을 거쳐 김태균과 이범호처럼 일본프로야구 자체가 하나의 목표였다. 일본 자체가 더 나은 연봉과 선진야구, 더 큰물을 의미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여전히 인프라와 야구 수준은 일본이 한국보다 비교 우위지만 국내 잔류 FA몸값은 일본진출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KBO리그가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더 낫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원의 경우도 인간관계, 적성, 장래성, 직책이라는 변수를 제외하면 동종업계의 경우 스카우트나 이직은 연봉을 올려 받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라면 몰라도 일본프로야구에서는 국내FA를 잡기 어려워진 상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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