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 FA시장은 수년째 고도성장이다. 관중 증가폭, 관중 객단가 증가폭, 구단 매출액 증가폭, KBO 공식스폰서십 금액 증가폭 등 모든 프로야구 관련 수치들을 크게 넘어선다. 70억원이 80억원이 되고, 90억원을 넘어 100억원이 되는데 불과 3~4년이면 족했다.
팬들은 초대형 계약이 나올 때마다 어안이 벙벙하다. 발표액 뒤에 공공연히 숨어있다는 축소 발표, 세급 대납, 손쉬운 옵션계약(인센티브) 얘기까지 나오자 도대체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우리는 지금 FA몸값 관련해서는 공식 발표를 선수, 프런트, 팬, 미디어 등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최근 며칠새 최형우의 100억원이 그나마 이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형우는 외야 수비 약하고, 베이스러닝이 서툴지만 방망이 하나는 리그톱이다. 지난 9년간 통틀어 현역 타자중 경기수-안타수-홈런-타점, 4개 부분에서 전부 1위다. 그래도 분명 몸값이 지나치게 높많다고 느끼는 이가 많겠지만 최고 선수, 최고 대우의 '최고'에는 상한선이 없는 법이다.
4점대 후반 평균자책점(4.91)에 올해 6승(11패)에 그친 우규민이 발표액 기준 4년간 65억원에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총액의 절반이 넘는 계약금(37억원), 순수 연봉만 매년 7억원(4년 28억원). FA에게 계약금과 연봉만 주면 구단으로선 안심이 안된다. 동기부여도 필요하고, 먹튀 방지를 위해 인센티브(옵션계약)를 내건다. 먹튀 소리를 들을 정도만 아니면 조건을 채울 수 있는 손쉬운 인센티브. 사실상 몸값에 포함시켜 발표했었어야할 돈이다. 몇년 전만해도 옵션을 포함 총액을 발표했다. 선수들 본인이 조금이라도 더 발표액을 높여주길 바라던 때도 있었다. 그때는 큰돈이 실력에 대한 잣대라 여겼다. 어느 순간 합리적인 몸값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계약후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모든 것은 언더 테이블로 숨어버렸다.
기자는 지난 5일 차우찬이 삼성으로부터 100억원+알파에 2년뒤 해외진출을 보장한다는 기사를 작성했다. 밤새 이메일을 꽤 받았다. 내용은 대동소이였다. '확인된 거냐', '누가 밝힌 거냐'. 누구에게서 취재한 것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무턱대고 쓸수있는 기사는 아니다. 도저히 보고 들어도 믿지 못하는 FA시장 현실. 설마 설마했던 것들. 이 모든 것은 실제 사실이다.
지난 5일 야구인골프대회에 모인 감독들은 시즌이 끝난 뒤 오랜만에 이야기 꽃을 피웠다. FA시장에 대한 놀라움과 걱정도 많았다. 한쪽에선 100억원 얘기가 나오지만 조영훈 등 대어급이 아닌 선수들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A감독은 "조영훈 같이 9년, 10년 고생한 선수들은 어느정도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 FA시장은 이미 승자독식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B감독은 "이미 FA협상을 하면 선수측에서 세금대납 등 특별대우를 먼저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30%가 넘는 세금을 대신 내주면 도대체 몸값이 얼마란 말인가. 하도 귀한 몸들이라 허슬플레이를 요구하기도 뭐한 상황"이라며 웃었다.
초대형 FA계약에 폐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확실한 목표의식을 주고, 재능있는 유소년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관중동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타 선수들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구단의 살림살이 악화는 마케팅이나 팬서비스 소홀을 야기시킨다. FA 관련 지출이 모기업으로부터 받아내는 특별예산 성격이지만 이 또한 무한정은 아니다. 갈수록 글로벌화 되는 모기업(대기업 그룹) 입장에선 주주들 눈치도 봐야한다. 내가 벌어서 쓰는 돈이 아니면 언젠가는 탈이 생기는 법이다. 거품의 시대가 영원하면 좋겠지만 주위를 봐도, 역사를 봐도, 그럴 리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