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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있다. 선수 출신 단장 시대가 찾아왔다.
모그룹 지원으로 운영되는 KBO리그 구단은 대부분 그룹 임원 단장을 맞았다. 야구와 전혀 관계 없는 계열사 임원이 부임해 야구를 알만하면 교체되곤 했다. 전문성이 필요한데도, 그룹 내 인사에 따라 움직였다. 모기업이 야구단을 단순히 홍보 수단으로 생각한 이유가 컸다.
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변화의 필요성이 생겼다. 성적과 경기력에 대한 그룹의 관심이 높아지자 야구단 임원 인사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트렌드를 바꾼 결정적 계기는,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연패였다. 두산은 선수 출신인 김태룡 단장의 지휘하에 강팀으로 성장했다.
2011년 단장직에 오른 김 단장은 넓은 잠실구장의 특성에 맞는 팀 컬러를 구축했다. 민병헌, 정수빈, 오재원, 김재호 등 수비가 좋고 빠른 선수를 육성해 대약진의 발판을 놓았다. 끊임없이 주축 선수를 쏟아내는 '화수분 두산'의 중심에 김 단장이 있다. 지난해에는 대형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을 못한다는 편견을 깨고 84억원을 투자해 좌완투수 장원준을 데려왔다. 장원준 영입은 한국시리즈 2연패로 이어진 '신의 한 수'가 됐다. 야구인들은 두산이 강팀으로 도약하는데 김 단장이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선수 출신 단장의 선수를 보는 안목이 있었기에 유망주 선발, 육성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동아대 시절 내야수로 뛴 김 단장은 구단 프런트로 선수단 매니저-운영-홍보-육성 파트를 모두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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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출신 단장들의 성공 사례는 다른 구단에도 영향을 줬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달 LG 감독, NC 다이노스 육성이사를 지낸 박종훈 전 감독을 단장으로 영입했다. 한화그룹 고위층에서 두산을 벤치마킹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이제 KBO리그 10개팀 중 4개팀 단장이 선수 출신이다.
최근 KBO리그 구단들은 프런트가 중심이 된 야구를 하고 있다. 구단이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면, 감독이 이에 맞게 팀을 꾸려가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감독의 영역이 줄고, 프런트 역할이 커졌다. 프런트 실무의 총 책임자인 단장의 역량이 중요해 졌다. 선수 출신 프런트의 전문성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현장의 감독과 프런트의 소통이 중요한데, 선수 출신 단장은 이런면에서 유리하다. 물론, 행정적인 능력은 기본이다.
최근 한화, LG가 선수 출신 단장을 선임하면서, 야구계 전체가 이런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