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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33)의 FA계약 발표액에 야구계는 관심이 많았다. 김광현(28) 양현종(28) 차우찬(29)은 해외진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마음이 없다가도 일단 오퍼를 받아보고난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을 나이다.
최형우는 이들보다 4~5살 많다. 해외진출을 노리기엔 나이가 첫번째 걸림돌이다. 본인도 벌어놓은 돈이 많지 않다며 현실적인 선택 가능성이 높음을 인정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해외진출 언급은 몸값을 높일 발판이었던 셈이다. 미국이나 일본쪽의 제대로된 오퍼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최형우는 KIA가 내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한 선수 협상대리인(공식 에이전트 제도는 아직 시행전이다)은 "이미 시장에선 100억원 논의가 끝난 지 오래다. 협상테이블에 앉는 선수들은 너도나도 100억원부터 시작한다. 지난해부터 그랬다. 발표액만 고심할 뿐이다. 선수들도 알고, 구단관계자도 안다. 특히 올해는 수년을 통틀어 가장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한꺼번에 풀렸다. 향후 3~4년은 이들을 능가할 선수자원이 드물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 10개구단 중 흑자 구단은 한곳도 없다. 그럼에도 매년 FA몸값은 치솟고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울며 겨자먹기'라는 표현은 틀렸다. 각 구단이 대형FA를 데려올때는 구단 내부는 축제분위기다. 새색시 가마 모셔오듯 한다. 만면에 웃음들이 넘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FA계약은 시즌 예산과는 별도의 특별예산 형태로 모기업으로부터 타온다. 자생구단 넥센 히어로즈는 제외다.
성적이 나쁘면 단장 등 구단고위층의 승진이 좌절되고 심하면 옷도 벗는다. 또 직원들은 성과급 기대를 접어야 한다. 하지만 FA먹튀 때문에 옷을 벗은 구단관계자는 1명도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어떻게든 모기업을 설득해 특별예산을 받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좌절되면 FA를 잡지 못하는 것이고, 가능하면 데려오는 것이다.
FA에 돈을 과다하게 쓰면 아무래도 기존 예산은 줄게된다. 다른 선수들의 연봉증가폭은 줄어들고, 팬서비스 확충과 야구인프라 투자에는 인색해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각 구단들은 레이스하듯 지갑을 열고 있다.
모기업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져 구단 운영이 힘들어 지지 않는 한 이같은 기조가 꺾일 가능성은 제로다. 100억원이 110억원이 되고, 또 120억원이 되는 시기는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 물론 발표액 기준이다. 이는 기형적일지는 몰라도 일부 선수와 일부 구단이 만들고 있는 시장이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빚을 내든, 자산을 팔든 주는 이가 있기에 받는 이가 생긴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100억원이 아니라 500억원, 1000억원도 주면 땡큐다. 이를 지켜보는 팬들 사이에선 헛웃음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향후 모기업 지원이 줄어들면 야구장 입장료를 올릴 수 있고, 야구점퍼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 점차 팬들은 줄어들고, 인기가 하락하고. 이후 FA몸값은 반토막, 4분의 1토막이 날수 있다. 그런 날이 온다고 해도 2016년은 분명 아니다. 내년도 아닐 것이다.
최형우는 시작일 뿐이다.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이 국내에 남는다면 '머니 게임'이 또 벌어질 수 있다. 이번에도 구단 관계자 돈은 아니다.
팬들의 바람은 단순하다. 돈 많이 받는만큼 사인 잘 해주고, 야구 열심히 하고, 사건사고 저지르지 말고, 책임있게 행동하는 것.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이겠지만 기부행위는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