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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생 많았다.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잘 밟아 나가길 바란다."
김 감독은 지난 1999년 홍성흔이 1차 지명된 뒤부터 3년간 프로 생활을 함께 했다. 김 감독은 말년 병장, 홍성흔은 이등병이었다. 이후 김 감독이 2002년부터 배터리 코치로 새 삶을 살면서 지도자-선수 관계가 됐다. 홍성흔이 '포수'로서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다. 그리고 2015년.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77년생 홍성흔은 어느덧 팀내 최고참이 돼 감독의 목소리를 후배들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선수들의 애로 사항을 사령탑에 말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름값 만으로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보장해줄 수 없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누구보다 홍성흔을 아꼈고, 외국인 선수의 속내를 알고 싶을 때도 홍성흔을 거치곤 했던 김 감독이지만 무조건적인 기용은 불가능했다. 김 감독은 "고심 끝에 (홍)성흔이가 은퇴를 선택한 것으로 안다. 20년 가까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며 "제2의 야구 인생 설계를 잘 했으면 좋겠다. 지도자 길을 택한다면, 차근차근 과정을 잘 밟아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18년간 통산 타율도 3할1리다. 올 시즌 부진했어도 그동안 워낙 높은 타율을 찍으며 이 같은 성적을 남겼다. 통산 홈런은 208개, 통산 타점 1120타점, 통산 득점은 872점이다. 그는 또 1999~2008년 두산에서 뛴 뒤 2009년 롯데와 FA 계약을 맺어 이대호-조성환-가르시아 등과 막강한 중심 타선을 구축했다.
홍성흔은 그라운드 안에서의 기량은 물론 라커룸에서의 '리더'로서도 존재감이 컸다.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선배였다. 결국 두산으로 돌아와 2013, 2014년 주장 완장을 찬 그는 지난해 주장 오재원, 올 시즌 주장 김재호가 선수단을 잘 이끄는데 엄청난 공을 세웠다. 두산 관계자는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경기 중에 어떤 조언을 해야 하는지. 왜 주장은 때로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는지. 홍성흔이 2년 간 모든 걸 보여줬다. 홍성흔이 없었다면 우리 팀 라커룸 분위기는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혹을 앞두고 예전 같은 입지가 아니었다. 오재일, 김재환, 국해성 등이 치고 올라오며 자리가 없었다. 홍성흔도 올 시즌 초반 "예전처럼 팀이 날 반드시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니다. 늘 경쟁해야 한다"며 "한 번씩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 은퇴다.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봤다. '영원한 캡틴' 홍성흔은 앞으로 휴식을 취한 뒤 가족과 상의해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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