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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투수 박정진(40)은 한화 이글스의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최고참이다. 팀에서는 포수 조인성(41)이 최고령, 박정진이 한살 아래다. 투수 중에선 박정진이 맏형.
마무리캠프는 젊은 선수들이 주로 참가한다. 베테랑, 특히 경기를 많이 치른 선수들은 가벼운 개인훈련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박정진은 최대 스무살 어린 후배들과 비지땀을 쏟고 있다. 하지만 표정은 밝고 발걸음은 가볍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박정진을 두고 "투수들의 리더다. 가장 성실하고 묵묵한 선수다. 박정진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연습을 이끌어 간다.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고 있다"며 "올시즌 후반기에 밸런스를 확실하게 잡았다. 그 피칭폼, 그 느낌을 계속유지하고 있다. 저 나이에 저 정도면 대단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정진은 7월까지 다소 부진하다 8월부터 완전히 살아났다. 시즌 막판엔 권혁이 빠진 불펜을 지켰다.
박정진의 최대 고민이자 두려움은 부상이다. 나이도 있고, 지난해와 올해 많이 던졌다. 혹사논란과 주위의 걱정을 모를 리 없다. 지난해 76경기(96이닝)에서 6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09, 올해도 77경기(84이닝)에서 4승4패 평균자책점 5.57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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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권혁 송창식과 함께 필승조의 터줏대감이었다. 권혁과 송창식은 시즌막판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박정진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이 있다. 2년간 꽤 던졌다. 2년 동안 많이 던지면 3년째 안 좋아지는 선수가 다수 있다고 들었다. 메이저리그에도 그런 통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 몸을 회복시키고, 내년에도 건강하게 던지기 위해 마무리캠프에 왔다"고 말했다. 또 "원래는 마무리캠프 출장명단에는 없었지만 홍남일 트레이닝 코치로부터 케어(관리)를 받기 위해 가겠다고 했다. 막상 오니 좋다"고 말했다. 박정진은 하체단련 위주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올해가 아쉽다. 박정진은 "올해 몸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가 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올해는 많이 속상한 해다. 팀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상당히 어수선했다. 시즌 초반에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감독님도 아프셨다. 내년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41세가 되지만 박정진은 힘닿는데까지 유니폼을 입을 참이다. KBO리그 최고령 투수 최영필(42)과는 한화 시절 한솥밥을 먹었다. 둘은 친했다. 박정진은 "KIA로 간 (최)영필이형은 너무 잘됐다. 후배가 이런말 하면 좀 그렇지만 형도 열심히 했지만 김기태 감독님을 잘 만난 것 같다. 감독님들이 자주 '선수 잘만나야 한다'고 하시지만 선수 역시 감독님, 코치님 잘 만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진은 '착한 FA'다. 2013년말 2년간 8억원에 계약했다. 2014년과 2015년 이전보다 더 많은 이닝, 훨씬 나은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성적을 바탕으로 올해는 1억원 오른 연봉 3억원에 1년계약을 했다. 올해말 재차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박정진은 "연봉 계약은 테이블에 앉아봐야 안다"며 웃었다.
미야자키(일본)=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