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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유독 표정이 밝은 선수 중 한명은 오른손 투수 윤규진(32)이다. 지난해 이맘때 윤규진은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 어깨 수술(웃자란뼈 제거 관절경수술)을 받고 있었다. 올해는 수년만에 처음 맛보는 행복한 가을이다.
마음껏 몸도 만들고, 볼도 던지고. 통증이 있는 곳은 없다. 야구판이 들썩거리는 FA라는 것을 잊고 지냈지만 넌지시 머릿속에 떠올려 보기도 한다. 올시즌 어깨 수술을 딛고 주로 선발로 뛰며 7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6.82를 기록했다. 100⅓이닝을 던졌다. 내년 목표는 일단 선발 10승이다. 마음같아선 15승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윤규진은 "내년에 선발이 될지, 중간이 될지 알 수 없다"며 웃었다. 김성근 감독은 윤규진에 대해 "(윤)규진이가 안해주면 안된다. 선발 후보군도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2년 동안 불펜에서 뛰었다. 어깨 수술 이후 재활과정이어서 감독님이 '아무래도 선발이 며칠간 쉬고 몸도 조절할 수 있다'며 권하셨다. 선발 준비를 하면서 통증재발에 대한 불안감도 많이 사라졌다. 후반기에 불펜으로 몇차례 나섰을 때는 내가 생각해도 선발 등판때 구위가 좋지 않았다. 선발로 뛸때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난해 이맘때는 어깨수술을 했다
사실 두려웠다. 지난해는 고민이 컸다. 어깨가 많이 아프면서 뭔가 이상했다. 뼈가 근육을 건드리니 염증도 잘 가라앉지 않고. 공 던지는게 너무 힘들어 병원을 가면서 '병원에서 수술하지 말라고 하면 어떡하지?'하는 엉뚱한 고민까지 했다. X레이를 찍으니 웃자란 뼈가 딱 보였다. 수술하자고 의사선생님이 얘기했고, 얼른 '해주세요'라고 했다. 수술 후 완전 다른 팔이 된 느낌이었다. 안 아프니까 살것같다. 어깨수술이라 겁이 나서 여기 저기 선배님들께 자문도 구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진짜 신기할 따름이다. 올해는 불안한 마음으로 조절을 하면서 던졌는데 내년에는 더큰 기대가 된다.
-시즌 도중 팔꿈치 통증이 있었는데
일본에 가서 검진을 받았는데, 정밀검진 후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 돌아가라'고 하더라. 그말을 듣자마자 신기하게 통증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어깨를 신경쓰다보니 팔꿈치에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 지금부터는 단련이 중요하다. 마무리 훈련을 잘 온것 같다. 원래 고참들은 마무리훈련을 잘 안오는데 (박)정진이형이나 (심)수창이형은 본인들이 자원했다. 내 밑으로는 모르겠다(웃음).
-내년 목표는.
20대 중반 투수라면 10승이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내 나이도 적지 않다. 그 이상도 하고싶다. 선발로 뛰면 15승을 하고싶은 욕심이 있다. 벌써 프로 13년차다. FA가 얼마남았는지 정확하게 알아보지도 않았다. 그냥 드는 생각은 '할때가 되면 하겠지' 했다. 목표의식이 없는 그 부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있다. 그것 때문에 신경쓰다보면 더 안좋을 수도 있지만. 선수들에게 FA는 사실 큰 목표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 역시 신경을 안쓰려 노력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선발도 가능하고, 불펜도 가능하다. 미야자키(일본)=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