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강조한 힐만 감독 "재미있는 야구 하겠다"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11-11 16:38


SK 와이번스의 김용희 전임 감독과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 이취임식이 11일 오후 인천 송도 컨벤시아 프리미어볼룸에서 열렸다.
힐만 감독이 등번호 8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류준열 사장과 함께 들고 있다. 88번은 전임 김용희 감독의 배번이었다. 힐만 감독은 김용희 감독의 양해를 구한 후 88번을 선택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1.11/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종이에 적힌 글씨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재미있는, 야구, 하겠습니다."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이었다. 힐만 감독은 1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나는 신뢰 관계에 기반을 두고 선수를 가르친다. 선수-코칭스태프간 신뢰 관계를 쌓는 걸 가장 우선시한다"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는 '존중'이다. 앞으로 선수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필드에서는 재미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SK는 지난 27일 구단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은 2년간 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등 총액 160만 달러다. SK는 2013년부터 올 시즌까지 4년간 부진한 성적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를 기반으로 차기 감독 인선작업에 착수했다.

힐만 감독은 1990년~2001년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감독과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 육성 디렉터를 거쳤다. 2003년~2007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을 맡아 일본시리즈 우승 1회(2006년), 준우승 1회(2007년)를 포함해 5시즌 통산 351승 324패 14무를 기록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2008년~2010년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지휘봉을 잡았다.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일본 프로야구 포함한 감독 통산 성적은 1,358승 1,302패 14무(승률 0.511)이다. 다음은 힐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SK 와이번스의 김용희 전임 감독과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 이취임식이 11일 오후 인천 송도 컨벤시아 프리미어볼룸에서 열렸다.
힐만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1.11/
-영상으로 SK 경기 봤을텐데, 어떤 느낌이었나.

지금은 '이 선수가 이렇다'라고 세밀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단에서 준 자료가 도움이 됐다. 장점은 타자들의 파워다. 20홈런은 물론 40홈런을 친 선수가 있다. 내년에도 이런 장점이 지속됐으면 한다. 올해 기록한 놀라운 팀 장타율을 내년에도 기록했으면 한다. 지금은 개선해야 할 점을 찾고 있다. 각종 기록과 통계 자료를 프런트, 코칭스태프와 둘러봤다. 부족한 점은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김용희 감독의 등번호(88)를 이어받은 이유는.

일본에서도 이 번호를 썼다. 편한 번호다. 김용희 감독님께서 이 번호를 쓰게 해줘 감사하다.


-투수 코치로 데이브 존 코치를 선임한 이유는.

참을성과 성격이 좋다. 좋은 선생님이다. 외국인으로 한국에 왔기 때문에 상의할 지도자가 필요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리더십은 어떤 유형인가

난 신뢰 관계에 기반을 두고 선수를 가르친다. 선수-코칭스태프간 신뢰 관계를 쌓는 걸 가장 우선시한다. 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는 '존중'이다. 한국을 굉장히 존중하고, 선수, 코칭스태프를 존중한다. 그 존중이 팀에 녹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를 육성하겠다. 난 야구장에 오래 있는 걸 좋아한다. 오랫동안 필드에 있으면서 선수와 관계를 쌓아갈 예정이다.

-어떤 야구 스타일을 갖고 있는가. 일본에서 생갭다 희생 번트가 적었다

가장 훌륭한 감독은 그 팀의 장점을 살리는 감독이다. 일본에서 1~2년 차 때는 번트를 잘 되지 않았다. 우리 투수들이 그다지 좋지 않아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팬, 선수들이 번트를 대는 것에 익숙하더라. 또한 투수진도 강해져 3~5년차에는 번트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했다. 기본적으로 나는 번트를 좋아한다 혹은 싫어한다 라는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상대 에이스를 만나면 번트를 적극적으로 쓸 계획이다.

-FA 김광현이 해외진출을 추진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언할 부분이 있나.

김광현을 잘 알고 있다. 좋은 투수다. 그러나 계약건은 구단에 맡긴다. 내가 김광현을 잘 안다면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겠지만 그렇지 않아 조언을 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

-올해 SK가 베이스 러닝 등 세밀한 부분이 아쉬웠다.

가끔 의사 소통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들었다. 또 어떤 상황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베이스러닝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어려운 부분이다. 특별한 훈련을 하더라도 개선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훈련을 할 계획이다. 현재 SK는 스피드가 팀의 장점이 아닌 것 같은데, 한 베이스 더 갈 수 있는 야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가장 중요한 점은 선수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일정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좋은 계획과 열심히 하는 코치가 있다면 가능한 부분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해외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다. 또 대부분 성공했다. 이는 내가 잘해서가 아니고 올바른 시스템 속에 좋은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에 정보가 부족하다. 어떻게 기용할 것인가.

코치들이 흐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코치들을 믿겠다. 선수를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다.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성격, 행동 등을 보고 그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할지에 대한 예측을 하겠다.

-언고지 인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원하는만큼 다 알지 못하지만 많이 공부했다. 항상 연고지에 대한 관심은 갖고 있다. 또 팬을 늘리는 데는 성공적인 게임이 필수적이니 이 부분도 신경을 쓰겠다.

-야수 출신인데 마운드 운용에 대해선 어떤 철칙을 갖고 있나.

강력한 선발진이 중요하다. 선발들은 가급적 어깨를 보호해 줄 것이다. 물론 부상 이력, 등판 스케줄에 따라 변화는 있을 것이다. 선발들에게 효율적인 피칭으로 경기를 끝내도록 주문하겠다. 불펜은 좀 다르다. '내가 이 역할만 한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한다. 예컨대 내가 7회에 나가는 투수, 8회에 나가는 투수라는 개념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유연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나느 7회에 나가는 투수, 8회에 나가는 투수 라는 개념없이 유연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인천=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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