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들기만 하다는 프랜차이즈 스타와 구단의 이별. 과연 '적토마' 이병규(42)와 LG 트윈스는 과연 어떤 엔딩으로 드라마를 마무리하게 될까.
LG 구단은 "현재로서는 구단 입장을 특별히 전달하게 없다. 이병규 선수 본인과 만나서 직접 얘기를 들어본 후 구단의 대응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단의 방침은 일찌감치 정해졌다. 선수로서 이병규와 계약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직접 만나기 전부터 구단 방침이 직접적으로 알려진다면 이병규에게 서운한 일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 이미 올시즌을 2군에서만 보냈다. 10월8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출전은 홈팬들에게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마련한 자리이기도 했다.
만약, 계약을 한다고 해도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 높은 연봉도 부담스럽다. 8억원의 연봉을 받던 선수가 갑자기 수천만원대 연봉을 받으라고 한다면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그렇다고 구단도 무턱대고 큰 돈을 쓸 수도 없다.
하지만 구단도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를 쉽게 내칠 수 없다. 안그래도 지난 세월 스타들과의 잔인한 이별에 지탄을 받아왔던 LG다. LG가 원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이병규가 구단이 마련해주는 성대한 은퇴식을 치르고, 지도자 연수 등을 받고 멋진 지도자로 새출발하는 것이다. 이병규와 직접 만난다면 구단이 전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일 확률이 매우 높다.
아쉽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선수
그런데 선수 입장은 또 다르다. 분명 자신도 선수 생활 마지막 시기에 접어든 걸 인정한다. 그러나 '내 실력이 더 이상 안되는구나'라고 인정을 하며 그라운드를 떠날 마음을 먹기에는 그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경쟁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군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콜업이 없었다. 팀이 리빌딩을 한다 해도 '왜 하필이면 다른 선수가 아닌 내가 희생의 타깃이 돼야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병규는 그간의 억울할 수 있는 상황에서 특별히 불평 불만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운동만 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렸다. 정규시즌 최종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1군 경기 출전에서도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해 대타 안타 한 방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결국 이병규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을 수밖에 없다. 야구 실력으로 밀려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를 쉽게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자신이 기용되지 않는 이유가 명확히 설명돼야 하는데 사실 그 과정도 없었다. 1~2년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받을 연봉, 기록, 타이틀 등에 집착하는게 아니라 억울하게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갖고싶을 것이다. 야구선수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 야구밖에 없다.
만약, LG가 자신을 선수로 받아주지 않는다면 타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다. 이병규의 타격 실력이면, 그를 탐낼만한 구단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 LG가 떠나겠다는 이병규를 조건 없이 풀어주지 않는다면 큰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병규도 선뜻 타 팀행을 선택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대접받다, 말년에 1~2년 선수로 뛰기 위해 타 팀 이적을 하고 큰 성과 없이 이전 팀 코치 대우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변수도 있다. LG가 단순한 코치 연수 제의 등을 넘어 이병규의 마음을 더욱 흔드는 제안을 하는 경우다. 미래 신분 보장 등이 그 방법이다. 또, 이병규를 원하는 새로운 팀이 없다면 이병규도 모양새 좋게 LG에서의 은퇴를 선택할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이병규가 LG 유니폼을 입고 내년 시즌 잠실벌을 누비는 해피엔딩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