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선발 투수 FA 잔혹사, 제 2의 장원준 나올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6-11-07 17:51


장원준. 스포츠조선DB

'투수 최대어' 잔혹사는 최근에서야 끊겼다. 이번 겨울 시장 상황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야구계에 '투수는 사서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외부 영입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유가 있다. 그동안 FA 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이적한 투수들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투수들이 FA 자격을 얻기까지 평균적으로 10년 가까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어깨가 가장 '싱싱할 때'가 지난 후라 기량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FA 대상자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투수 빅3'라 불리는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이다. 3명 모두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좌완 선발 요원이다. 또 현재 소속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영입전에 뛰어들기 부담스럽지만, 반대로 어느 팀이나 탐이 날 수밖에 없다.

해외 진출 여부가 남아있으나 '빅3'가 KBO리그 잔류를 선택한다면 투수 FA 역대 최고액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역대 투수 FA 최고액은 KIA 윤석민이다. 지난해 3월 미국 도전을 마치고 친정팀 KIA로 복귀하면서 4년 90억원에 자유 계약을 맺었다.

FA 제도가 처음 시작된 2000년부터, 주요 선발 투수들은 계약 이후 좋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해태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이강철은 3년 8억원으로 당시 기준 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10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가 삼성 첫 해에 깨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박명환이다. 두산의 '에이스'로 10년 활약했던 그는 '한 지붕 라이벌' LG로 전격 이적했다. 4년 총액 40억원. 당시로써는 엄청나게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박명환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컸기에 이 계약은 더 주목받았다.

박명환은 LG 이적 첫해인 2007년 10승6패를 기록했지만, 이후 기약 없는 부진에 빠졌다. 2008년부터 LG에서 뛴 기간 동안 1군 등판이 총 24번뿐이다.

최근까지도 선발 투수들의 FA 계약 후 부진이 계속되다가, 윤성환과 장원준이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두 사람은 2014시즌을 마치고 나란히 첫 FA를 선언했다. 윤성환은 원소속팀인 삼성에 4년 80억원의 조건에 남았고, 장원준은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4년 84억원으로 당시 최고액 기록을 썼다. 윤석민이 몇 개월 후 다시 기록을 경신했지만, 그 해에 빅3였던 3명의 선수 모두 대형 몸값을 입증했다.


특히 장원준은 선발 투수가 FA로 타팀 이적하면서 더 좋은 성적을 낸 거의 유일한 사례다. 지난해 12승, 올해 15승으로 두산의 통합 우승에 공헌했다. 좌완 투수로는 최초로 7년 연속 10승 기록까지 세웠다.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이 잔류한다면, 과연 이들의 몸값이 얼마일지 야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역대 선발 투수 FA 잔혹사를 완전히 끊을 수 있을까. 장원준, 윤성환처럼 또 다른 성공 사례가 된다면 더는 투수 FA에 대한 불신은 없을 것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역대 주요 선발 투수 FA 계약

연도=이름=소속팀=계약조건(옵션 포함 총액 원)

2000년=이강철=해태→삼성=3년 8억

2001년=김상진=삼성=3년 8억5천

2006년=송진우=한화=2년 14억

2007년=박명환=두산→LG=4년 40억

2009년=손민한=롯데=1년 15억

2014년=장원삼=삼성=4년 60억

2015년=장원준=롯데→두산=4년 84억

윤석민=KIA=4년 90억 ※국내복귀

윤성환=삼성=4년 80억

2016년=송승준=롯데=4년 40억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