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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이 흘렀다. 두산 베어스가 지난 2일 한국시리즈 2연패, 무려 21년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2위 NC 다이노스를 맞아 4승무패로 시리즈를 끝냈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퍼펙트' 우승을 달성한 선수들은 긴 휴식에 들어갔다. 일부는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이고, 몇몇은 늦잠을 즐기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11일이면 다시 마무리훈련을 지휘해야 하지만, 지금은 짧은 기간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챔피언' 두산의 못다한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10월 29일 '장원준 데이', "작년 KS보다 만족스러워"
이번에도 10월 29일이었다. 이날만큼은 '장원준 데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그는 지난해 10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KS 3차전에 선발 등판, 7⅔이닝 1실점으로 팀의 5대1 승리를 이끌었다. 직구 최고 시속이 146㎞까지 찍혔고 주무기인 슬라이더도 139㎞나 나왔다. 127개의 공을 던지면서 직구(52개)와 슬라이더(52개)의 비율은 정확히 1대1. 두산 관계자는 "장원준이 우리 팀 유니폼을 입고 이렇게 던질 걸 본적이 없다. 홈플레이트에서 움직임이 심했다"며 "최고의 구위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확히 1년이 지난 지난달 29일. 장원준이 NC와의 KS 2차전에 출격해 8⅔이닝 1실점으로 다시 한 번 승리 투수가 됐다. 생애 첫 KS 완투승을 눈앞에 뒀다가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마운드를 내려왔던 그 날이다. 장원준은 "내가 두산에 입단한 뒤 가장 만족한 피칭을 꼽으라면 작년 KS다. 정말 신이나서 공을 던졌다"며 "그런데 이제는 올해 KS로 바뀌었다. 항상 유리한 카운트를 잡으려 했고, 생갭다 제구도 잘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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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은 부담스러웠다. 원래 잘 던질 줄은 알았지만, 니퍼트, 장원준, 보우덴이 '너무' 잘 던졌다. 자신의 손에 달린 4차전 운명. 즐기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하필이면 경기 장소도 잠실이 아닌 마산구장이었다. 따라서 경기 초반부터 이를 꽉 물었다. 긴 이닝을 책임진다는 각오보다 점수를 내주지 않겠다며 전력투구를 했다. 그 결과 전광판에 찍힌 직구 최고 시속은 136㎞. 올 시즌 가장 빠른 스피드였다. 유희관은 "충분히 쉰 탓인지 공이 잘 갔다. 더 자신있게 던졌다"며 "스피드를 보고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또 이날 5이닝 3안타 무실점 피칭으로 데일리 MVP에 선정된 그는 "내 스피드를 보고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찾아올 줄 알았는데"라고 농담을 던진 뒤 "아직 휴가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지금은 집에서 푹 쉬고만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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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경기 무안타 무실점 퍼펙트 피칭. 이현승이 올 한국시리즈에서 남긴 성적이다. 그는 3⅔이닝 동안 볼넷도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삼진만 5개 잡았다. 매 경기 위력적인 공을 던진 '판타스틱4'에 가렸을 뿐 또 다른 MVP다. 전반기 좋았던 구위를 되찾았다는 평이다. 사실 시리즈에 앞서 그를 향한 평가는 같았다. '불안하다', '믿지 못하겠다'. 가뜩이나 라쿠텐과의 연습경기에서 1이닝 3실점으로 부진한 뒤였다. 하지만 이현승은 자신 있었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부터 감이 왔다. 이제 가을"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최근 2년 간 이런 표현이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이번이 처음. 그만큼 확신에 차 있었다. 두산 관계자도 "일본에서 실점한 것도 야수의 보이지 않는 실책 때문이다. 병살타가 안타가 되면서 3실점을 했지 공은 정말 좋았다"며 "내부적으로는 이현승이 이번 가을에 좋았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이현승은 2010년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15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소화한 이닝은 22⅔이닝, 1실점이 있지만 그 점수도 자신이 책임질 점수가 아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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