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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똘똘했어요. 굉장히 영리한 포수예요."
NC 다이노스 타자들은 시리즈 내내 허를 찔렸다.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볼배합을 당해내지 못했다. 바깥쪽 공을 기다리고 있으면 한가운데로 정직하게 들어오고, 연속 변화구 뒤에 직구를 기다리다 결정구 변화구에 헛스윙하기 일쑤였다.
22승, 15승을 거둔 니퍼트와 장원준도 정규 시즌 때와는 다른 패턴으로 NC 타자들을 요리했다. 지금 급한 쪽은 NC라는 약점을 간파한 필승법이었다. NC 김태군도 나이에 비해 노련한 포수로 평가받지만, 양의지는 그보다 한 수 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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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전에서는 유희관이 초반 주심의 볼 판정에 주춤했다. 우타자 몸쪽으로 던진 공이 조금씩 빠졌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투구수가 늘어났다. 1회말에만 안타와 볼넷 2개를 허용하면서 28개의 공을 던졌다. 3루 도루도 내줬다. 2사 만루. 하지만 위기에서 쉽게 벗어났다. 기다리는 공을 주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조금씩 빠지는 체인지업 2개로 먹히는 타구가 나왔고, 유격수 땅볼이 되면서 이닝 종료됐다.
타고난 영리함과 경험이 더해진 양의지는 김태형 감독의 굳은 신뢰를 받고 있다. 역시 포수 출신인 김 감독은 양의지에 대해 "머리 회전이 빠른 포수"라고 평가했다. 최고의 칭찬이다.
김태형 감독은 "경험이 양의지를 만들었다. 포수는 투수가 요구한 대로 공을 던지지 않으면 당황하게 돼 있다. 원했던 공이 안 들어오면, 다음 공을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막힌다. 이때 영리한 포수들은 대처를 어떻게 해나갈지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결국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좋은 포수가 경험이 쌓여서 어린 투수들을 좋은 투수로 키워낸다"고 말했다.
상황 변화에 따른 대처, 투수들을 편하게 하는 리드. 이 두 단어가 지금 포수 양의지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양의지를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는 김태형 감독은 "노환이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40대처럼 보이지 않나"라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신인 때부터 똘똘했다. 싹이 보였다. 이제는 정말 최고의 포수가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산은 2일 '안방마님' 양의지가 쏘아 올린 결승 홈런을 앞세워 4차전에서 8대1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공·수 존재감. 지금 양의지는 두산의 중심이다.
창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