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치어리더 김연정이 예비 형부 권희동에게 "코시, 한방이면 충분해요"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6-10-26 22:34


2016 KBO 포스트시즌 LG와 NC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9회말 무사 2루 NC 권희동이 1, 3루를 만드는 안타를 치고 나가 축하를 받고 있다.
마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21/

권희동 예비 형부에게

좀 기분이 이상해요. 이 편지를 누구에게 보낼 지 고민했어요. 한국시리즈를 맞아 우리 팀 NC 다이노스 선수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띄우고 싶었어요. NC 응원팀은 한 시즌을 목이 터져라 치어리딩하지만, 정작 선수분들과 개인적으로 만날 수가 없어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회사에서 선수와의 접촉으로 생길 수 있는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만남을 자제해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권희동 선수가 좋겠다는 결정을 했어요. 권희동 선수를 바로 알지는 못하지만 오는 12월에 결혼하는 예비 신부가 제 모교(경성대) '절친' 선배 언니니까요. 그러니까 저에게 권희동 선수는 '예비 형부'인 셈이죠. 저는 언니를 통해서 형부를 더 잘 알게 됐어요.

이 편지를 통해 제가 두 분의 결혼 소식을 가장 먼저 공개하는 거죠. 그래도 될까 걱정했어요. 그래서 사전에 언니와 형부의 허락을 받았어요. 제가 두 분의 연애 소식을 들은 건 형부가 군입대(상무) 하기 전이었어요. 절친 언니가 연애를 시작했고 그 남자가 프로야구 선수, 그것도 제가 몸담고 있는 NC 선수라는 사실에 놀랐고 또 신기했어요. 그리고 형부가 경성대 최고 '퀸카'였던 언니의 남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예쁘고 좋은 여자 만났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어요.

제가 옆에선 본 언니는 형부에게 벌써부터 지극 정성이네요. 결혼 전인데 언니는 이미 '내조의 여왕'으로 가는 길에 있어요. 언니 뿐만이 아니에요. 예비 장인(언니의 아빠)은 예비 사위(권희동)를 위해 멋진 배트걸이를 손수 나무로 제작해서 선물하기도 했죠. 언니의 SNS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벌써부터 두 사람의 사랑으로 풍기는 깨소금 냄새가 장난 아니었어요. 군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두분의 사랑 전선은 정말 단단했어요.

형부는 군제대 이후 바로 1군에 복귀했죠. 복귀 두번째 KIA전(9월 23일 마산)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1홈런 포함 3안타 5타점의 원맨쇼.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날이었어요. 형부가 돌아온 후 우리 응원팀은 "형부 힘내세요"라고 자주 외쳐요. 특히 마산 홈구장 외야 응원석에선 형부의 뒷모습이 잘 보여요. 주 포지션인 좌익수 말고 우익수로 나올 때 바로 뒤에서 우리가 응원해요. 그럴 때는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요. 혹시라도 형부에게 제 음성이 들릴까 해서요.

요즘 형부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제가 더 긴장하는 것 같아요. 가을야구라서 그런가요. 치어리더는 똑같은 마음으로 봐야하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아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요.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때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을 때 긴장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PO로 충분히 시동이 걸렸다고 봐요. 이제 두산과의 한국시리즈가 진짜죠. 승부를 가르는 짜릿한 한방이면 충분해요. 형부가 군제대 복귀 후 두번째 경기에서 쳤던 홈런 처럼요.

형부와 그동안 따로 만나 식사라도 한 번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창원에는 보는 눈이 많아 용기를 내지 못했어요. 한국시리즈 마치고 결혼식 올리고 언니와 함께 셋이서 멋진 식사 한번 해요.

형부, 김성욱 선수에게 "PO 4차전 쐐기 투런포가 정말 짜릿했다"고 꼭 전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치어리더하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응원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NC 선수단 모든 분들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NC 치어리더 김연정.


스포츠조선

정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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