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PS 세이브' 임창용의 뱀직구 여전히 살아있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6-10-11 06:17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2016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1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4대2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승리한 후 KIA 임창용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10.

"특별히 다를 게 있나요. 그냥 무조건 이기면 되는거죠."

올 시즌 친정팀으로 돌아온 임창용. 푸른색 유니폼이 아닌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나선 포스트시즌 무대였지만, 경기전 임창용은 덤덤했다. 경험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베테랑인지라 소감을 묻는 것도 무색했다. 선수 본인도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무조건 이기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자신감 넘치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임창용의 차례가 찾아왔다. KIA가 4-2, 2점 앞선 9회. 윤석민이 선두 타자 박용택을 내야 안타로 내보냈다. 쉽지 않았지만 땅볼 타구를 급하게 처리하다 주자가 1루에서 세이프가 됐다. 합의 판정까지 신청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2점 차 리드에 선두 타자가 출루하니 KIA 벤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를 꺼냈다. 마무리 임창용이었다.

무사 1루에 구원 등판한 임창용은 LG의 중심 타자 히메네스를 상대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2구 스트라이크. 시원하게 스트라이크 2개를 꽂아넣은 후 3구째 결정구를 던졌다. 히메네스가 방망이에 맞췄지만 투수를 향하는 땅볼 타구가 됐다. 직접 공을 잡은 임창용은 2루수와 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완성했다.

순식간에 2아웃. 마지막 타자가 된 채은성까지 내야 땅볼로 아웃시키며 임창용이 위기를 넘겼다. KIA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 임창용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포스트시즌 최고령 세이브 기록도 경신했다. 자축해야 할 40세4개월6일이었다. 덤덤해보였던 임창용은 경기가 끝나고 "감회가 새로웠다. 팔이 빠지더라도 막고 싶었다"며 누구보다 기뻐했다.

1997년 해태 소속이었던 임창용은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였다. 3경기에 등판해 자책점 0으로 세이브 3개를 챙겼다. 18년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거둔 의미있는 세이브다.

개인적인 의미는 또 있다. 임창용은 지난해 원정 도박 파문에 휘말리며 선수 생활이 자칫 중단될 위기에 놓였었다. 하지만 고향팀 KIA가 연봉 전액 기부 조건과 함께 손을 내밀었고, 임창용은 기꺼이 그 손을 잡았다. 충분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KBO 징계(시즌 50% 출전 정지)가 해제되고 복귀했을 때 경기 감각이 회복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마흔이 넘은 임창용이 더이상 예전같은 공을 던지지 못한다는 의심도 받았다.

그런데 모든 의혹을 말끔히 씻어낸 것은 되살아난 '뱀직구'다. 임창용은 후반기에만 14세이브를 챙겼다. 만약 임창용이 없었다면 KIA는 여전히 마땅한 마무리 투수를 찾지 못해 곤란했을 것이다. 불혹의 승부사. 풍파를 스스로 이긴 임창용은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자신의 건재를 증명했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