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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다를 게 있나요. 그냥 무조건 이기면 되는거죠."
무사 1루에 구원 등판한 임창용은 LG의 중심 타자 히메네스를 상대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2구 스트라이크. 시원하게 스트라이크 2개를 꽂아넣은 후 3구째 결정구를 던졌다. 히메네스가 방망이에 맞췄지만 투수를 향하는 땅볼 타구가 됐다. 직접 공을 잡은 임창용은 2루수와 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완성했다.
순식간에 2아웃. 마지막 타자가 된 채은성까지 내야 땅볼로 아웃시키며 임창용이 위기를 넘겼다. KIA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 임창용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포스트시즌 최고령 세이브 기록도 경신했다. 자축해야 할 40세4개월6일이었다. 덤덤해보였던 임창용은 경기가 끝나고 "감회가 새로웠다. 팔이 빠지더라도 막고 싶었다"며 누구보다 기뻐했다.
개인적인 의미는 또 있다. 임창용은 지난해 원정 도박 파문에 휘말리며 선수 생활이 자칫 중단될 위기에 놓였었다. 하지만 고향팀 KIA가 연봉 전액 기부 조건과 함께 손을 내밀었고, 임창용은 기꺼이 그 손을 잡았다. 충분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KBO 징계(시즌 50% 출전 정지)가 해제되고 복귀했을 때 경기 감각이 회복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마흔이 넘은 임창용이 더이상 예전같은 공을 던지지 못한다는 의심도 받았다.
그런데 모든 의혹을 말끔히 씻어낸 것은 되살아난 '뱀직구'다. 임창용은 후반기에만 14세이브를 챙겼다. 만약 임창용이 없었다면 KIA는 여전히 마땅한 마무리 투수를 찾지 못해 곤란했을 것이다. 불혹의 승부사. 풍파를 스스로 이긴 임창용은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자신의 건재를 증명했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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