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의 날'이었다. LG와 KIA가 11일 잠실에서 맞붙은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2차전.
'양날의 검' 희생번트
1회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포스트 시즌은 더욱 그렇다. 특히,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는 '단판 서바이벌' 와일드카드에서 선발은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다.
KIA 선발 양현종은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선두타자 문선재에게 거푸 패스트볼을 던졌다. 위력은 엄청났지만, '영점'이 맞지 않았다. 선두타자 볼넷. LG는 지체없이 희생번트 작전을 실행했다. 이유는 확실했다. 4위 LG는 와일드 카드 1차전을 내줬다. 2차전 선발로 내정된 양현종도 끌어내지 못했다. 분위기 싸움에서 뒤진 상황. 따라서 선취점은 LG에게 너무나 중요했다. 처진 덕아웃 분위기를 전환하고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방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이형종은 첫 포스트 시즌 경기. 양현종의 강력한 패스트볼에 번트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포수 뒤로 떨어지는 약간 뜬 공. 결국 허무하게 아웃 카운트 하나를 헌납했다. 급격히 안정을 찾은 양현종은 볼넷을 내줬지만, 공 8개로 1회를 마무리했다. 9회말 LG의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무사 1, 2루 상황에서 문선재의 희생번트가 역시 포수 플라이로 잡혔다.
|
꽃범호 '날쌘' 호수비
선취점은 어느 편도 아니었다.
3회말 LG 공격. KIA 선발 양현종이 갑자기 흔들렸다. 선두타자 정상호를 볼넷. 선취점이 너무나 절실했던 LG는 또 다시 번트 작전. 손주인은 재치있었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깨끗한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무사 주자 1,2루. 황금찬스였다.
문선재는 번트를 댔다. KIA는 100% 수비(유격수는 3루, 2루수는 1루로 이동하고 동시에 3루수와 1루수가 동시에 전진하는 번트 수비 작전. 2루 주자의 3루 진루를 막기 위한 가장 적극적 수비)를 했지만, 문선재의 번트 위치가 너무 좋았다. 상대적으로 '느린' 이범호의 대시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결국 1사 2, 3루. 여기까지 LG의 의도대로 됐다.
이형종은 3루수 옆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이때 이범호는 믿을 수 없는 호수비를 했다. 동물적 감각으로 그대로 슬라이딩 캐치, 2, 3루 주자를 모두 묶어두고 타자 주자를 아웃시켰다.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풍부한 경험과 날카로운 예측으로 만든 환상적 디펜스. 시리즈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박용택의 애매한 3루수 파울 플라이를 전력 질주, 그대로 잡아내며 이닝을 종료시켰다. 큰 경기, 베테랑 이범호의 진면목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오지배의 반전
경기 전 선수 소개 때 KIA 관중석에서 가장 많이 환호를 받은 선수. 아이러니컬하게도 오지환이었다. 1차전 결정적 수비 미스로 그의 별명(오지배)같은 플레이를 한 장본인.
불안해 보였다. 3회 김주찬 유격수 땅볼 때 또 다시 험블을 했다. 하지만 반전의 '복선'에 불과했다.
여전히 0-0. 6회 1사 2루 상황에서 나지완의 안타성 타구를 환상적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냈다. 1사 1, 3루가 될 수 있는 위기가 2사 2루가 됐다. 결국 KIA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또 하나의 결정적 장면이 나왔다. KIA는 8회 2사 2루의 득점 찬스를 맞았다. 선취점이 곧 결승점이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이 상황. 또 다시 나지완이 유격수 방면으로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이번에도 오지환의 그림같은 수비에 막혔다. 빠졌다면 그대로 KIA의 득점이 될 수 있었던 장면. 2차전에서도 오지환은 그의 별명에 맞는 역할을 했다. 다만, 반전이 있었을 뿐이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