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출국 전날 92승 만든 정진호 "강해져 오겠다"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10-05 02:13 | 최종수정 2016-10-05 02:41


4일 결승타를 때린 정진호가 5일 오전 일본 휘닉스 교육리그에 합류한다. 스포츠조선 DB.

어쩌면 올 시즌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타석. 누구보다 간절했던 마음. 결과는 끝내기 안타였다.

두산이 KBO리그 최초로 92승 고지에 오른 4일. 영웅은 정진호(28·두산 베어스)였다. 그는 4-5로 뒤진 연장 10회 1사 만루에서 롯데 마무리 손승락을 상대로 2타점짜리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볼카운트 1B에서 2구째 몸쪽 커터(140㎞)를 지켜본 뒤 3구째 같은 커터가 들어오자 결승타로 연결했다. 시즌 30호, 통산 986호, 개인 두 번째 끝내기 안타. 4-4이던 연장 10회초 이용찬이 1실점하며 패배를 직감하던 두산은 백업 외야수 정진호의 활약으로 KBO리그 새 역사를 썼다. 2000년 현대가 세운 91승을 넘어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수확한 구단이 됐다.

선린중-유신고-중앙대 출신의 정진호는 사실 2군에서 더는 보여줄 게 없는 선수다. 올 퓨처스리그에서 52경기 소화하며 154타수 53안타 타율 3할4푼4리에 3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2년 전 상무 소속일 때는 남부리그 타점왕에 올랐는데, 이 때 타격왕이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23)이었다. 둘은 5살의 나이 차에도 둘도 없는 사이로 지냈다. "1군에서 꼭 성공하자"는 목표도 공유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 역시 지난해 부임 당시 "잘 몰랐던 선수 중 정진호가 눈에 띈다"고 했다.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이 10회말 1사 만루 정진호의 끝내기 2타점 안타로 승리를 거둔 후 선수들이 달려나가 정진호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04/
하지만 두산 외야에는 자리가 없었다. 일단 제대 직후인 2015년 좌익수 김현수-중견수 정수빈-우익수 민병헌 라인이 굳건했다. 올해는 김현수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좌익수 김재환-중견수 민병헌-우익수 박건우 체제로 새롭게 세팅됐다. 이에 따라 1군 출전 기회는 더 줄었다. 대주자나 대수비, 대타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코칭스태프가 느끼는 필요성이 아주 큰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팀 내에는 조수행 같이 기량이 만만치 않은 후배도 많았다. 수비, 스피드만 보면 조수행이 살짝 앞서기도 했다. 결국 외야 백업 1번이라던 그는 올해 1군 등록 일수가 74일밖에 되지 않았다. 시즌 전 100일 이상을 채울 줄 알았지만 기대 이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일본 휘닉스 교육리그에 합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라는 의미다. 두산은 지난 3일 2군 선수단 37명이 출국했고, 정진호를 포함해 안규영, 이현호가 5일 오전 본진에 합류한다. 정진호는 이 곳에서 연습 경기를 소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가다듬을 계획이다. 그는 두산, 한화, LG 등 국내 3개 구단과 일본 프로야구 13개 구단이 참가하는 이번 교육리그에서 "배팅 능력을 더 키우겠다. 외야수는 일단 방망이로 말해야 한다. 더 잘치는 타자가 돼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일 롯데전은 그가 출국 전 치르는 올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으나, 냉정히 말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수 본인도 잘 안다. 그래서 연장 10회 1사 만루 찬스에서 누구보다 집중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심정으로, 또 절실함을 담아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는 "나까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온다면 자신 있게 휘두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올해 보여준 것이 거의 없다. 팀이 잘 나갈 때 도움 된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아쉬웠고, 이날은 팀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타 다음날 바로 출국하는 심정에 대해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아쉽다기보다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김재환, 박건우가 너무 잘 했기 때문에 기회가 오지 않았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수밖에 없다. 더 강해지겠다"고 덧붙였다. 사뭇 비장?던 목소리,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되는 그가 독을 품고 있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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