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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팬들의 야유를 받았던 선수가, 포스트시즌 선발 라인업에 들기까지….
한국 무대 최고 좌타자로 이름을 날린 후, 야심차게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볼티모어와 2년 700만달러라는 나쁘지 않은 조건에 계약을 체결하며 많은 기대를 하게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계속해서 주어지는 기대에도 적응을 하지 못하며 고난의 시간이 시작됐다. 결국에는 계약을 해지하고픈 구단의 나쁜 심보에 큰 고통을 받아야 했다.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에게 개막 전 마이너리그행을 제안했다. 말로는 그 곳에서 경험을 쌓고 올라오라는 것이었지만, 한 번 내려가서는 절대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았다. 결국, 김현수는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을 행사해 버텼다. 홈팬들은 개막 엔트리 소개 때 김현수가 등장하자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씩씩한 김현수는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많이 주어지지 않는 기회였지만,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출루하기 위해 애썼다. 처음 기회를 받던 경쟁자들의 부진과 맞물려 김현수의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하던 9월 말, 볼티모어는 김현수가 없었다면이라는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됐다. 전천후 출루 기계 역할 뿐 아니라, 토론토 원정 9회 대타 결승포 포함 결정적 홈런 2방으로 볼티모어의 와일드카드 결정전행을 이끈 이가 바로 김현수였다. 김현수가 토론토와의 일전에 선발로 나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현수의 미국 무대 첫 가을야구 경험은 짧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현수도, 볼티모어도 점점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와 팀인만큼 앞으로 큰 무대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김현수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