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 견디며 강해진 이대호, 내년도 시애틀인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10-03 11:05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는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 FA 자격을 얻어 팀을 옮길 수 있다. 과연 이대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대호가 3일(한국시각) 시즌 최종전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서 5회말 3루쪽으로 내야안타를 치고 있다. ⓒAFPBBNews = News1

돈과 명예 대신 선택한 길,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절반의 성공'으로 마감했다.

이대호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6번 1루수로 선발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전날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시애틀은 2대3으로 패해 86승76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로 올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대호는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3리(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 33득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느낌이다.

이대호는 올초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제안한 좋은 조건을 거절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택했다. 당시 일본 언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대호를 위해 3년 18억엔(한화 약 196억원)를 준비했다. 2014~2015년, 2년 연속 재팬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MVP에 오른 이대호를 잡는건 최대 현안이었다. 그러나 이대호의 눈은 이미 태평양 건너로 넘어가 있었다. 더 높고 새로운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2월초 이대호가 시애틀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당초 예상과 달리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활약을 지켜보고 신분을 결정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2년 연속 재팬시리즈 MVP에 오른 이대호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저 동양에서 온 덩치 큰 신인일 뿐이었다. 검증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시애틀은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면 1년간 400만달러의 연봉을 주겠다고 했다.

이대호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펼쳐진 스프링캠프에서 이를 악물었다. 신인의 마음으로 도전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오히려 즐긴다는 기분으로 시범경기에 임했다.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4리, 1홈런, 7타점을 터뜨렸다. 장타력과 정확성, 수비 등 모든 부분에서 적어도 백업 요원으로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애틀은 이미 지난 겨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왼손타자 애덤 린드를 영입해 1루수 자원을 확보해 둔 상태. 결국 이대호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시킴으로써 린드와 함께 1루수 포지션을 플래툰시스템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낸 것이다. 좌완 선발이면 이대호, 우완 선발이면 린드를 쓰는 스캇 서비스 감독의 운영방식은 고집스러웠다.

이대호는 올시즌 우완 투수를 상대로 타율 2할4푼4리와 6홈런을 때렸고, 좌완 투수를 상대로는 2할6푼1리와 8홈런을 기록했다. 전반기에는 우타자 상대 타율이 더 좋았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좌타자 상대로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 감독은 시즌 끝까지 플래툰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대호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번 겨울 이대호가 풀타임 출전을 보장할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할 수 있을까. 이대호와 시애틀간의 계약은 올해 1년이다. 따라서 이대호는 다가오는 겨울 FA 신분으로 자유롭게 계약을 할 수 있다. 몸값은 올해 연봉 400만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애틀이 이대호와 재계약하려면 조건은 400만달러 이상이어야 상식적이고, 계약기간도 1년이 아닌 다년이 될 공산도 크다. 산술적인 계산일 뿐이지만, 만일 이대호가 올해 풀타임 선발로 출전했다면 30홈런과 100타점에 가까운 기록을 냈을 수도 있다.

시애틀이 이대호에 대해 어느 정도로 재계약 의지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1루수 요원인 린드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돼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FA가 된다. 린드는 올시즌 800만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126경기에서 타율 2할3푼9리, 20홈런, 58타점을 올렸다. 1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시애틀은 비시즌 동안 대대적인 전력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막 적응을 마친 이대호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수도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