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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시즌 막바지 의미, 백업포수의 성장 기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9-25 09:42


롯데 자이언츠 포수 김준태는 지난 8월 중순부터 선발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롯데는 주전 강민호의 뒤를 받칠 백업포수 육성이 시급하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포수가 전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경기 내내 앉았다 일었다를 반복해야 하고 경기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정신, 육체적으로 부담이 크다. KBO리그에서 포수로 시즌 전경기를 출전한 선수는 1996년 쌍방울 레이더스 박경완(126경기), 2006년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126경기), 2015년 NC 다이노스 김태군(144경기) 셋 밖에 없다. 지난해 김태군의 경우 시즌 마지막 경기서 용덕한에게 선발 자리를 내준 뒤 경기 중 교체 출전해 마스크를 썼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용덕한에게 선발의 기회를 줬다고 했다.

이 때문에 포수는 9개 포지션 가운데 백업 선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백업 포수가 좋은 팀이 성적도 좋다는 말이 있다. 21년만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는 올시즌 주전 양의지가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결장이 잦았지만, 백업 박세혁이 공백을 훌륭히 채운 덕분에 걱정없이 안방을 운영했다. 하지만 훌륭한 백업 포수는 짧은 기간에 키울 수는 없다. 경험 때문이다. 포수는 할 일이 많은 자리다. 투수 리드, 블로킹, 송구, 수비 지휘 등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과 주루도 신경써야 한다. 백업 포수를 키우는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 점에서 롯데는 시즌 막바지 백업 포수 성장에 있어 좋은 기회를 맞았다. 물론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다. 주전 포수 강민호가 지난달 중순 빠지면서 김준태가 선발로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고, 9월 들어서는 경찰청에서 전역한 김사훈이 가세했다. 현재 롯데는 강민호, 김준태, 김사훈 등 3명이 포수 포지션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무릎 부상에서 돌아와 지명타자로 출전중인 강민호는 올시즌 포수로는 복귀하지 않는다. 또 올시즌 김준태와 함께 백업 경쟁을 펼치던 안중열은 지난달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김준태와 김사훈은 시즌 막바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고 있다. 둘 다 경험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2012년 육성 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김준태는 지난해 27경기에 출전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뒤 올해 백업 자리를 꿰찼다. 강민호가 1군서 제외된 뒤로는 매일 선발로 출전하고 있다. 투수 리드는 나이에 비해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험이 적은 탓에 실수가 잦다. 롯데는 폭투가 8월 이후 많아졌는데, 김준태의 부족한 블로킹 능력과도 상관이 있다. 초기에는 도루도 자주 허용했고, 타격에서도 애를 먹었다. 2011년 역시 육성 선수로 입단한 김사훈은 2014년말 경찰청에 입대하기 전까지 1군서 38경기를 뛴 것이 전부다. 지난 3일 전역한 김사훈은 현재 김준태와 함께 번갈아 가며 선발 마스크를 쓰고 있다. 2군서 꽤 경험을 쌓았지만, 1군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다.

롯데는 강민호가 앞으로 몇 년간은 더 주전 포수로 뛰어야 한다. 2014년말 FA 계약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2018년까지는 강민호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다. 올시즌 전 조원우 감독은 "강민호가 전경기를 뛸 수 있는 마음으로 임해줘야 한다. 강민호가 나이가 들면서 지명타자를 고려할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포수로 은퇴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한 적이 있다. 올해 비록 무릎 부상 때문에 포수로는 시즌을 접었지만, 내년에는 풀타임 주전 자리를 다시 맡아야 한다.

그래도 강민호의 뒤를 든든하게 받칠 백업 포수는 필수다. 김준태와 김사훈, 부상에서 돌아올 안중열까지 자원은 많다. 시즌 막바지 롯데는 백업 포수 육성 때문이라도 경기를 허술하게 치러서는 안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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