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우승]무엇이 최강 두산을 만들었나.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9-22 21:54


2016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6대4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9.20.

두산이 자랑하는 선발 4명. 스포츠조선 DB.

두산 베어스가 21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데 이어 1995년 이후 무려 21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했다. 10승부터 90승까지 10승 단위를 모조리 선점한 '완벽한 우승'이다. 이는 2000년 현대(91승2무50패)도 하지 못한 KBO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무엇이 최강 두산은 만들었을까.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프런트가 '삼위일체'돼 이룬 업적이다.

판타스틱4+국가대표급 야수진

구단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선발진이 올해 완성됐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에 유희관까지. '판타스틱 4'가 승리의 보증수표로 불렸다. 니퍼트는 22일 현재 21승3패-평균자책점 2.92, 보우덴은 17승7패-3.87, 유희관은 15승5패-4.42, 장원준은 15승6패-3.32을 기록 중이다. 두산은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15승 선발 4명을 배출했다.

이들은 팀이 거둔 90승 중 무려 68승을 합작했다. 5위 KIA부터 최하위 kt 위즈가 68승 미만의 승리를 거두고 있는 반면, 두산은 선발 4명 승수 합이 이를 뛰어 넘는다. 작년까지 정규시즌 5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류중일 삼성 감독은 "페넌트레이스는 무조건 선발 싸움이다. 두산은 한창 좋았을 때 우리 선발진 같다. 현대의 91승도 충분히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야수진도 국가대표급이다. 유격수 김재호, 2루수 오재원, 3루수 허경민, 중견수 민병헌은 프리미어 12 국가대표 출신이다. 큰 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올 정규시즌에서도 후배들을 이끌었다. 여기에 좌익수 김재환, 우익수 민병헌, 1루수 오재일이 생애 최고의 활약을 나란히 펼쳤다. 김재환은 21일까지 126경기에서 타율 3할3푼8리(461타수 156안타)-36홈런-119타점, 박건우는 124경기에서 3할3푼3리(450타수 150안타)-18홈런-76타점이다. 조만간 규정타석을 채울 것으로 보이는 오재일 역시 97경기에서 3할2푼5리(348타수 113안타)-25홈런-85타점을 수확했다. 1번부터 9번까지 두산 타순은 물샐틈 없이 돌아간다.


김승영 두산 사장(왼쪽)과 김태형 감독. 스포츠조선 DB.
과감한 투자에 최악의 상황 대비하는 프런트

이런 막강한 팀 전력을 만든 건 바로 프런트다. 두산에서 20년 이상 프런트로 재직한 김승영 사장, 동아대 시절 강타자로 이름을 떨친 김태룡 단장이 큰 그림을 그리며 강한 팀을 완성했다. 김 사장은 팀이 노쇠화 될 때마다 과감한 투자로 팀의 뿌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2011년 영입한 더스틴 니퍼트, 지난해 84억원의 돈다발을 풀며 데려온 장원준이 대표적이다. 니퍼트는 2011시즌 뒤 일본 구단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았지만 김 사장이 직접 미국 오하이오주로 날아가 설득에 성공, 6년째 두산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다. 장원준도 원소속팀 롯데를 포함해 3개팀 이상이 80억 이상을 베팅했지만 결국 김 사장과 만나 바로 도장을 찍었다.

김 단장은 늘 부상 등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직접 발로 뛰는 야구인이다. 10개 구단 통틀어 2군 구장을 가장 많이 찾는 단장이다. 그는 퓨처스리그 경기가 열리면 오전에 이천 2군 구장으로 출근했다가 오후 6시30분 1군 경기에 맞춰 잠실로 오곤 했다. 지난달 16~17일 청주에서 열린 한화와의 2연전 동안에는 오전 이천→오후 청주→밤 이천으로 이동해 2군 선수들과 함께 잤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청주로 와 1군 경기를 지켜봤다.


평소 건강 문제로 '좀 쉬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 김 단장이지만 열정과 의지, 야구 사랑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두산이 자랑하는 '화수분 야구' 중심에는 그가 있다. 아울러 인맥도 넓다. 능력 있는 코치와 야구인을 영입해 팀 전력을 극대화시킨다는 평이다. 대표적인 예가 두산 전력분석팀이다. 두산이 올해 한화(11승2패) kt(13승3패) SK(12승4패) 등 특정팀에 강한 이유는 전력분석팀이 밤새워 상대 약점을 분석한 결과다.


2016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에 18대6으로 대승을 거둔 후 두산 김태형 감독이 보우덴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8.24.
선수들 불만 최소화, 수장의 능력

'삼위일체' 마지막은 역시 수장이다. 지난해 초보 감독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김태형 두산 감독이 더 막강한 '허슬두' 야구를 완성했다. 선배 야구인들은 "결단이 빠르다. 똑똑하다. 카리스마가 있다. 친분에 얽매이지 않고 야구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지금의 두산 주전 라인은 캠프 때 김 감독의 구상과는 다르다. 당시 그는 1번 정수빈(중견수)-2번 허경민(3루수)-3번 민병헌(우익수)-4번 에반스(1루수)-5번 양의지(포수)-6번 오재원(2루수)-7번 홍성흔(지명타자)-8번 박건우(좌익수)-9번 김재호(유격수) 라인을 머릿속에 넣었다. 선발은 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노경은에 필승조 함덕주-김강률-이현승 체제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 테이블세터, 중심 타선을 바꿨다. 불펜은 전반기까지 정재훈과 이현승으로 버티다가 지금은 홍상삼이 중심을 잡고 있다.

선배 야구인들이 놀라워하는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정에 얽매이지 않고 늘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정신적으로 나태해졌다 싶으면 한번씩 2군을 보내 이천 쌀을 먹게 한다. 한 야구인은 "작년 한국시리즈 MVP 정수빈 대신 중견수 민병헌을 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머리가 비상한 감독"이라며 "김현수가 빠져 큰 위기가 올 것 같던 두산에서 김재환, 오재일, 박건우가 동시에 터졌다. 이 세 명을 살린 포지션 배치는 어떤 감독도 쉽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평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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