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홈런 앞둔 이승엽, 그 또한 과정일 뿐이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9-06 08:58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지난 4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4회초 1사 1루서 우중간 펜스를 향해 큼지막한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이 타구는 펜스 위로 글러브를 뻗은 한 어린이 팬에게 잡혀 그라운드룰 2루타 판정을 받았다. 이승엽은 현재 한일 통산 600홈런에 2개를 남겨놓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내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예정인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은 현재 한일 통산 600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2004~2011년까지 8년 동안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요미우리, 오릭스에서 159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2012년 KBO리그 복귀 후에도 녹슬지 않은 장타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기록 달성에 2개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은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이승엽은 지난달 20일 넥센 히어로즈 신재영을 상대로 시즌 23호째를 날린 뒤 10경기 연속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 4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43타수 12안타)에 7타점을 기록했다. 대기록을 앞두고 부담감이 다소 작용하는 듯하다. 이 기간 볼넷은 한 개도 얻지 못했고, 삼진은 9개를 당했다. 이날 두산전에서 4회초 날린 우중간 깊숙한 타구가 한 어린이 팬이 펜스 상단 노란색 바 위로 내민 글러브에 쏙 빨려들어가 그라운드룰 2루타 판정을 받았을 때 이승엽은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날 현재 이승엽은 23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10위에 랭크돼 있다. 타점은 102개로 7위다. 나이 마흔을 넘은 지금도 '국민타자'로 손색없는 활약상이다. 삼성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그것과는 별개로 이승엽의 600홈런 도전은 팬들의 시선을 모처럼 야구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일이다. 13년전 그가 그랬던 것처럼.

2003년 이승엽은 당시 한 시즌 아시아 최다 기록인 56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홈런공을 잡으려고 잠자리채가 외야석을 가득 메우던 시절이다. 이승엽은 그해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서 롯데 자이언츠 이정민을 상대로 좌중간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아치를 그리며 56홈런 대장정을 극적으로 마무리했다.

당시 이승엽의 56홈런을 타고투저가 대세인 올시즌 상황에 대입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 2003년은 제1차 타고투저 시대(1999~2001년)가 저물고 투수들이 득세하기 시작한 시기다. 그해 전체 타율은 2할6푼9리, 평균자책점은 4.27이었다. 올시즌 2할8푼9리, 5.22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지금보다는 투수들의 실력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던 시절이며, 팀당 경기수도 11게임이나 적었다.

이승엽 이후 한 시즌 50홈런을 넘긴 선수는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유일하다. 박병호는 2014년 52홈런을 때려 11년만에 50홈런 타자로 우뚝섰고, 지난해에는 53홈런을 날려 4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승엽 이후 최고의 홈런타자는 누가 뭐래도 박병호다. 다만 2003년과 비교해 지금 투수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는 어렵다. 2014년은 타고투저(타율 0.289, 평균자책점 5.21)가 정점을 찍었던 시즌이었고, 지난해에도 투수들의 약세가 지속됐다.

올시즌도 2014년 못지 않은 난타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날 현재 홈런 선두는 NC 다이노스 테임즈다. 테임즈 역시 지난달 27일 넥센전에서 38, 39호 홈런을 터뜨린 뒤 9일 동안 대포가 침묵했다. 산술적인 계산에 따르면 테임즈는 올시즌 48~49개의 홈런을 날릴 수 있다. 50홈런 고지가 조금은 높아 보인다. 물론 테임즈가 몰아치기를 발휘한다면 KBO리그는 3년 연속 50홈런 타자를 배출하게 된다.

이승엽은 2013년 야쿠르트 외국인 타자 블라미디르 발렌틴이 56홈런 기록을 돌파했을 때 스포츠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발렌틴은 내가 오릭스에 있을 때 잠깐 봤는데, 직접 치는 것을 본 건 월드베이스볼클래식(2013년 WBC) 때였다. 파워도 대단하고 공을 보는 눈도 좋다. 빈틈이 없는 타자"라며 엄지를 치켜 세우면서도 "우리하고 일본은 리그가 다르다. 내 기록은 한국 기록이고, 발렌티엔은 일본 야구 기록이다. 무대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직접적인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승엽은 여전히 성실과 겸손이 담긴 플레이와 언행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KBO리그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어차피 600홈런은 시간, 시점의 문제다. '여덟수'가 길어지더라도 조금하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홈런에 관해서는 이미 숱한 대기록을 넘은 이승엽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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