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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바꾸는 걸까. 못 바꾸는 걸까.
희미하지만 가을야구 불씨가 남아있는 지금. 이 투수 교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연승이 필요한 시점에서 너무 빨리 경기를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팀 마운드 사정을 보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선발을 일찍 내리고 '불펜 야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삼성은 확대 엔트리가 적용된 이날 3명의 투수 심창민, 신용운, 임현준을 콜업했지만, 확실한 믿음은 없다. 허리 통증을 겪은 심창민은 그간 2군 경기를 한 차례도 소화하지 않아 "당분간 편한 상황에서 내보내겠다"고 류중일 감독이 밝혔다.
문제는 선발이 너무 빨리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플란데는 31일 야수들이 1회말 2점을 뽑아줬지만 2회초 2실점했다. 3-2이던 3회초 역시 제구난을 겪으며 난타를 당했다. 한 이닝에만 4안타 3볼넷에 주루방해까지 나오면서 6실점. 류 감독은 이를 두고 "초반 분위기만 놓고 보면 충분히 해볼만 했는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캠프 때 수없이 연습한 협살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1일 정인욱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도 결정구를 던지지 못해 1회에만 4실점했다. 이 과정에서 포수 이지영의 송구 실책까지 나왔다. 제구난을 겪고 있는 그가 더욱 핀치에 몰린 이유다. 이후 2회에도 1실점한 정인욱. 그나마 3~4회는 잘 막았다. 2이닝 연속 삼자범퇴였다. 하지만 5회 다시 5실점하며 고개를 떨궜다. 삼성 벤치는 7-0이던 2사 1,2루에서 이홍구에게 좌월 3점 홈런을 얻어맞자 그제서야 투수 교체를 감행했다.
결국 코칭스태프 속만 까맣게 타 들어간다. 불펜에는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아는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윤성환 차우찬을 빼면 선발진이 제 몫을 못 한다. 그나마 야수들이 경기 초반 상대 마운드를 두드리면 팽팽한 흐름을 위한 투수 교체를 할텐데, 이날은 또 지크에게 철저히 묶였다. 앞으로 27경기를 남겨놓은 삼성. 부상 선수 속출과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으로 잔여 경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구=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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