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마법사. 독수리의 양쪽 날개를 움켜쥔 채 비상을 허용하지 않는다. 두 천적을 떨쳐내지 못하는 한, 한화 이글스는 절대 위로 날아오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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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0대4로 승리한 후 두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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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치르다보면 팀간 상성으로 인해 천적관계가 형성된다. 전력 구성이나 팀의 운용 특성이 서로 다를 때 승패 관계가 일방적으로 굳어지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자주 벌어지면 해당 팀은 상위권 성적을 내기 힘들다. 위로 치고 올라가야 할 때마다 천적이 발목을 잡고 늘어지면 도무지 대책이 없다. 이런 관계는 빨리 털어버려야 한다.
그러나 올해 한화는 시즌 막판까지도 이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런 천적이 두 팀이나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팀은 리그 선두 두산과 최하위 kt다. 성적이 가장 좋은 팀과 가장 안좋은 팀을 상대로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게 어찌보면 미스터리한 일이다.
올해 한화는 두산을 상대로 12번 싸워 2번밖에 못 이겼다. 또 kt를 상대로도 12번 싸워 겨우 3번 이겼다. 두산에 고전한 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이자 올해 역시 초반부터 변함없이 최강 전력을 과시하며 1위를 독주한 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두산과 상대전적이 우위에 있는 팀은 9개 구단 중 7승5패를 거둔 롯데가 유일하다. 나머지 8개팀은 모두 열세를 기록했다. 한화가 그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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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 kt와 두산의 경기가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대4로 승리한 kt 주권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6.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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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화가 kt에 고전하는 건 다소 의외다. kt는 올해 전력을 많이 보강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리그가 진행될수록 막내구단의 한계점을 노출했다. 결국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다른 9개 구단과의 상대전적에서도 대부분 열세다. 롯데에 5승4패로 앞서있고, 삼성과는 7승7패로 동률을 이뤘을 뿐이다. 하지만 한화만 만나면 마치 리그 1위팀처럼 잘했다. 12번 싸워 무려 8승이나 수확했다. 그외 3패 1무가 있다. 특히 kt는 지난해 10월3일부터 홈구장인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한화를 만나 무려 7연승을 달성중이다. 수원 케이티위즈파크는 마치 한화의 무덤같다.
결국 한화는 올해 두산과 kt에만 무려 18패를 헌납했다. 여기서 5승만 벌었더라도 4위권에 올라갔을 것이다. 두 팀에 발목이 잡혀도 너무 심하게 잡혔다는 뜻이다. 이런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시즌 막판 중위권 싸움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사실 이미 늦은 감이 크다. 두산과는 겨우 4경기, kt와는 21일 경기를 빼면 3경기 밖에 남겨두지 못했다. 여기서 전승을 거두더라도 열세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소한 막판 반격의 분위기라도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야 다음을 기약해볼 버팀목이 생긴다. 다음 시즌과 그 이후를 위해서라도 반란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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