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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순둥이 같아 보인다고요? 마운드에서 보시면 다를걸요."
전반기 종료 시점부터였다. 패전 처리로 1군에서 기회를 얻기 시작한 김지용. 씩식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 들었다. 그렇게 점차 신분이 상승했다. 앞서는 경기에도 투입됐고,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후반 이닝 등판이 잦아졌다. 그러더니 1달도 안돼 이제는 7, 8회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가 됐다. 낮게 깔려 들어가는 제구가 인상적이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꺾여 나가는 주무기 슬라이더는 점점 더 위력을 더했다.
김지용은 이에 대해 "기술적, 심리적으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제구가 잡히고, 자신감이 올라왔다. 올스타전 직전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팀이 지는 상황이든, 앞서는 상황 주자가 나가있는 박빙의 상황이든 나는 늘 똑같다. 크게 느낌이 다르지 않다. 내가 그런 상황을 재면서 던질 선수는 아직 아니지 않나. 다만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집중하게 되는 면은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양상문 감독 덕에 찾은 자신감
김지용은 영동대를 졸업하고 2010년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 65순위로 LG에 입단했다. 지명 순위 자체가 낮아 큰 기대를 모으지 못한 선수. 그래도 2010 시즌 1군 경기에 5번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후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러다 김지용의 이름이 오르내린 것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당시, 대표팀 연습을 위해 LG 2군 투수들이 라이브 배팅볼을 던져줬는데 이 때 슬라이더를 던지는 김지용이 양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김지용은 "그 때 2군에서 공이 제일 좋다던 나와 최동환이 대표팀 연습을 도왔다. 그 때는 감독님께서 특별한 말씀이 없으셨다. 이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그 때 선수들 훈련 때 다시 한 번 도우미 역할을 했다. 그 때 감독님께서 처음 말을 건네셨었다. 그 말은 '너 슬라이더가 정말 좋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양 감독은 이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 김지용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김지용은 "난생 처음 1군 스프링캠프를 경험하게 됐었다.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1군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고, 생활하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해 24경기에 나섰고, 올해 완벽한 1군용 선수로 변신했다.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변신하는 헐크
김지용의 인상은 이웃집 착한 청년같다. 웃는 인상도 서글서글하고 말투도 운동 선수같지 않다. 김지용은 "최근에는 조금 자주 나오다 보니 경기장 주변에서는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또 야구장 벗어나면 잘 못알아 보신다"고 말했다. 키 1m77, 체중 81kg으로 체구도 투수 치고 그렇게 크지 않다. 외형만 보고 그를 만만히 봤다가는 강력한 구위에 큰 코 다친다. 구위 뿐 아니다. 타자 몸쪽으로 화끈하게 공을 던지는 배짱도 있다. 불펜 투수 입장에서는, 실투 하나가 승패로 연결될 수 있어 함부로 몸쪽 공을 던지기 힘들다. 몰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움츠러 든다. 그러나 김지용은 다르다. 칠 테면 쳐보라는 싸움닭 기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부분이다.
김지용은 이에 대해 "내가 평소에는 조금 만만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독사로 변한다. 이상하게 마운드에만 서면 투지가 생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지용은 이어 "내가 체구가 작고 아직 경험도 부족한 이유로 상대 타자와의 기싸움에서 눌리고 싶지 않다. 상대 타자를 잡아먹겠다는 마음가짐으로 1구, 1구를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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