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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고척돔 넥센-SK의 경기.
넥센은 잘 풀리지 않았다. 전날 7, 8회 결정적 병살타 2개를 기록했던 넥센.
이날도 초반 그랬다. 1회 고종욱의 6-4-3, 2회 채태인의 4-6-3 병살타.
하지만, 그는 불안했다. 140㎞가 나오지 않는 패스트볼, 스트라이크(23개)보다 볼(25개)이 더 많은 불안한 제구로 타고투저의 시대에서 버틸 수 없었다.
넥센은 채태인의 병살타 이후 역전에 성공했다. 2사 1, 3루에서 박정음이 중월 싹쓸이 3루타를 터뜨렸다. 2-1 역전.
박정음의 타격은 매우 의미 깊었다. 조금씩 떨어지는 사이클과 겹친 불운 속에서 넥센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이런 어둠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적시타였다.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3회 선두타자 서건창의 볼넷과 도루, 그리고 고종욱의 적시타로 1점 더 달아났다. 7회에도 볼넷과 몸에 맞는 볼, 그리고 고종욱의 번트안타로 만든 무사 만루 상황에서 윤석민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간격을 벌렸다. 4-1.
이 과정에서 선발 최원태의 역투는 빛났다. 장타자들이 즐비한 SK 타선을 요리했다. 5⅔이닝 8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 투구수는 97개였다.
다음날이 휴식일이었다. 넥센은 5명의 투수를 총동원했다. 적절한 교체였다. 8회 2사 이후에는 마무리 김세현을 투입했다.
SK는 7회 황금 찬스를 맞았다. 선두타자 고메즈의 중전안타와 이명기의 좌중간 2루타가 터졌다.
이때 결정적 주루사가 나왔다. 김성현의 유격수 앞 땅볼. 3루 주자 고메즈가 스타트를 끊었다. 넥센 김하성은 그대로 송구, 홈에서 아웃시켰다. 정의윤의 우전안타가 터졌지만, 2루 주자 이명기는 홈으로 쇄도하지 못했다. 타구 자체가 짧았다. 그리고 최 정의 포수 플라이, 이재원의 투수 앞 땅볼. 결국 SK는 3안타를 치고도 1점도 얻지 못했다.
8회에도 선두타자 박정권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후속타가 불발했다. SK는 올 시즌 거포군단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존의 최 정 이재원을 비롯, 정의윤 최승준 김동엽 등 상하위 타선에 장타자가 즐비하다. 때문에 디테일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따라 SK의 시즌 성적 뿐만 아니라 포스트 시즌의 성적이 요동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SK의 정교함은 이날 너무 부족했다.
넥센은 6안타 밖에 치지 못했다. SK가 5선발 임준혁을 기용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넥센 타선의 사이클은 확실히 저점이다.
4대1로 승리했다. 4점을 얻은 과정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상대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로 인한 쓸데없는 볼넷을 유용하게 써 먹었다는 의미다.
타격 사이클은 좋지 않았지만, 타자들의 집중력은 살아있었다. 결국 '짜낸' 4득점을 지키는 야구를 했다. 13안타를 친 SK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런 디테일의 차이가 양팀의 경기력을 온전히 평가해 주진 않는다. SK는 '빅볼'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박병호 강정호가 빠진 넥센도 '스몰볼'을 중심에 둔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빠르고 재치있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정교함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SK '빅볼'의 약점을 넥센은 제대로 공략했다. 넥센의 6안타가 SK 13안타를 누른 이유다. 고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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