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왜 심판-구단 연결고리에 자정의 칼을 빼들었나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6-08-07 07:54 | 최종수정 2016-08-07 07:54


사진제공=KBO

스포츠조선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구본능)가 최근 언론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전직 A 심판위원의 부적절한 행위와 관련해 진상조사를 실시한다고 6일 발표했다.

최근 기초 조사를 마친 KBO는 전직 심판위원의 부적절한 행위를 인지했고, 현역 심판과 전현직 구단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 등의 면밀한 조사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왜 KBO사무국은 스스로 자정의 '칼'을 빼들었을까. KBO는 최근 연달아 터지고 있는 야구계의 악재에 큰 위기의식을 가졌다. 이태양(NC 다이노스) 유창식(KIA 타이거즈)의 연이은 승부조작 파문이 터지면서 KBO리그의 청렴도에 상처를 입었다. 선수들의 비리는 직접으로 KBO사무국과는 연관이 없었다. 그러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KBO사무국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심판위원의 부정행위 논란은 KBO사무국에 직격탄 위협으로 다가왔다. 심판위원의 관리 감독은 KBO의 고유 권한이자 책임이다. 선수 한두명의 부정 행위와는 차원이 다르게 다가온 것이다. 선수에 이어 심판까지 부정행위를 했을 경우 KBO리그의 존폐를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상황까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O는 자기 식구들의 아픈 곳을 스스로 파헤치기로 결정했다. 일부 구단들과 심판위원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니다.

논란이 된 심판위원은 이미 KBO사무국과 인연을 끊은 지 몇년 됐다. 당시 A 심판위원은 상습 도박 구설수에 올랐고 KBO의 재임용에서 탈락, 현재는 프로야구판을 떠났다. 당시 KBO는 심판위원과 프로팀의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 윤리규정과 교육을 강화했다. 심판위원들도 구단과 불필요한 접촉을 꺼렸다.

그러나 일부 야구팬들은 전 A 심판위원과 일부 구단의 금전 거래 루머를 계속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돈을 빌려주고 받는 행위가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BO는 이번 조사를 통해 외부 사법 당국의 수사에 앞서 강도높은 내부 자정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구본능 KBO 총재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KBO사무국은 올해 KBO리그 1·2군 경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용 심판위원 40여명에 대해 면담 형식을 통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리그가 한창 진행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찾아가서 면담을 갖기로 했다. 또 10개팀 구단 관련자들도 면담 대상에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현직을 떠난 전 구단 고위 관계자들까지 포함돼 있다.


KBO는 이번 면담 조사에서 부정 행위의 범위를 금전 거래, 승부조작 그리고 불법 스포츠도박 참가까지 전방위로 진행한다. 부정 행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정도에 따라 후속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구단 관계자는 KBO사무국의 이번 조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고, 또 부정행위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과거 일에 대해 어떤 제재 조치를 취할 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KBO사무국은 검찰과 경찰 같은 사법당국이 아니다. 물론 KBO가 정한 내부 규정에 따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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