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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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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 NC 이태양. 스포츠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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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의 신뢰를 떨어트린 승부조작의 망령이 야구계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사법당국이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실을 발표한 후 열흘이 흘렀다. 지난 21일 창원지검이 NC 다이노스 이태양의 승부조작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KBO리그는 충격에 빠졌다. 불과 4년 전인 2012년에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 철퇴를 맞았는데도 재발했다. 그동안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구단들이 기울였던 여러가지 노력이 실패로 판정났다.
국내 최고의 프로 스포츠 KBO리그의 위상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데도, 상황을 타개할 수가 보이지 않는다. 야구계 안팎에 온갖 소문이 난무하고 있지만, KBO와 구단들은 경찰 입만 바라보고 있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터널에 갖힌 듯 하다.
그동안 야구팬들은 자진신고 형식으로 경찰에 출두한 KIA 타이거즈 유창식이 경찰 조사에서 말을 바꾸는 모습을 봤다. 또 국가대표 출신 지방 A 구단의 B 선수가 NC의 국내 에이스 이재학이라는 걸 알게 됐다. 검찰이 친절하게 발표자료에 '자수'로 포장해준 이태양, 신인왕 출신 이재학 모두 국가대표를 지냈다.
KBO가 실행위원회를 열고 3주간 자진신고를 받겠다고 발표한 게 지난 22일이다. '해당기간 동안 자진 신고한 당사자에 대해서는 영구실격 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서 2~3년간 관찰기간을 두고 추후 복귀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감경 해주며, 신고 또는 제보자에게는 포상금(최대 1억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다'며 자진신고자에 대한 유인책까지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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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지방경찰청 박민순 사이버수사대 팀장.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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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BO 발표가 난 후 사실상 제대로 자진신고한 선수는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유창식이 자진신고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구단 관계자에게 승부조작 사실을 밝힌 시점이 애매하다. 또 '승부조작을 한 경기는 1게임뿐이었고, 500만원을 받았다'고 했던 유창식은 경찰 조사에서 '두 경기에 가담해 각각 100만원, 300만원씩 받았다'고 실토해 소속팀 KIA와 KBO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자진신고라고 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은 물론, 팀과 리그 사무국, 팬까지 기만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시도였다.
KBO는 29일 10개 구단 운영팀장 회의를 열었다. 당연히 현재 진행중인 승부조작 자진신고, 향후 재발 방지책이 논의 됐다. 지난 23일 KIA가 KBO에 유창식건을 알린 후 감감무소식이다. 애초부터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렸던 자진신고다. KBO가 자진신고하면 제재 감경을 내걸었지만, 야구계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승부조작 가담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바로 야구인생이 끝난다는 걸. 이걸 뻔히 알면서도 KBO와 실행위원회 멤버인 각 구단 단장들은 자진신고 카드를 냈다.
A 구단 운영팀장은 "그동안 각 구단이 소속 선수들과 모두 면담을 한 걸로 안다. 자진신고가 지지부진해 새로운 대책을 내보려 했지만 별다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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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타이거즈의 유창식이 2014년 한화시절 2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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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주로 이번 사건이 끝난 뒤 선수 교육 문제를 논의했다"고 했다. B구단 운영팀장은 "리그를 끌어가는 세 축은 리그 사무국과 구단, 선수협이다. KBO와 구단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선수들을 대표하는 선수협이 이번 사안에 대해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 선수협이 조금 더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건 결국 다시 한번 무능을 드러내는 일이다. 밖으로는 '이참에 발본색원'을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마음에 품고 있는 건 아닐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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