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상으로 본 올스타전 MVP, 어떻게 변화했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7-14 23:01


2010년 7월 2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2010 마구마구 프로야구 올스타전 . MVP상을 받은 홍성흔이 부상인 승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1994.07.17 잠실 올스타전에서 미스터올스타로 선정된 태평양 정명원투수가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1루수 에릭 호스머는 13일(한국시각)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제87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동점홈런, 쐐기타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아메리칸리그의 4년 연속 승리를 이끌었다. 첫 올스타전에서 MVP가 된 호스머는 부상으로 받은 쉐보레 픽업 트럭을 아버지에게 선물하겠다고 했다. 2014년, 2015년 연속으로 수상한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은 첫 해에 스포츠 세단, 두 번째 해에 픽업 트럭을 골랐다.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는 픽업 트럭과 스포츠 세단 중 스포츠 세단을 선택했다.

일본 프로야구는 올스타전 두 경기를 하는데, MVP 상금이 300만엔(약 3200만원)이다. MVP 시상과 별도로 올스타전 타이틀 스폰서인 마쓰다자동차가 따로 상을 제정해 자동차를 준다.

한여름밤에 열리는 '별들의 잔치' 올스타전과 자동차. KBO리그에도 굉장히 친숙한 조합이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그랬다.

첫해 '미스터 올스타'의 영예는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용희(현 SK 와이번스 감독)에게 돌아갔다. KBO 자료를 보면, 당시 MVP 부상이 맵시 승용차. 2년 후인 1984년 김 감독이 다시 MVP가 됐을 때는 로열 XQ다. 그런데 김 감독은 다르게 기억했다.

김 감독은 "경리단 소속이던 1978년 실업야구 올스타전에서 MVP로 뽑힌 적이 있었는데, 프로야구 원년 올스타전 MVP는 더 특별한 느낌이었다. 첫 해엔 맵시, 1984년 두 번째 수상 때는 맵시나 승용차를 받았다. 당시에는 승용차를 운전하는 프로야구 선수가 거의 없었다. 운이 따르는 자동차라며 탐을 낸 사업가들이 많았다"고 했다. 박정태(롯데)와 홍성흔(두산)도 두 차례 올스타전 MVP가 됐지만, 부상으로 승용차를 두번 받은 것은 김 감독이 유일하다.

1983년 신경식(OB)은 포니, 1985년 김시진(삼성)은 로열 XQ, 1986년 김무종(해태)은 엑셀, 1987년 김종모(해태)는 스텔라, 1988년 한대화(해태)는 로열 듀크 앞에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차종이 달랐는데, 대체로 소형차에서 중형차로 바뀌었다.


2005년 올스타전 MVP에 선정된 이대호. 스포츠조선 DB
그런데 왜 승용차였을까. 당시 시대상과 연관이 있다. 1980년대는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이다. 승용차가 부의 상징, 성공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이상일 전 KBO 사무총장은 "초기부터 KBO는 프로야구의 위상과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최고 선수에게 당시엔 특별했던 승용차를 주게 된 것이다"고 했다. 김 감독처럼 초기에는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감독은 "원년에 받은 승용차를 타다가 1984년 새 승용차를 받고 처분했다"고 말했다.


1988년 MVP인 한대화 전 한화 이글스 감독(현 KBO 경기위원)은 수상 당시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 전 감독은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를 아버지에게 드렸는데, 몇 년 후에 몰고 있던 승용차를 처분하고 내가 운전했다"고 말했다.

원년부터 계속해서 승용차를 부상으로 준 것은 아니다. 1998년 박정태(롯데)가 삼성 SM520을 받은 후 한동안 자동차를 볼 수 없었다. 1998년에 이어 1999년 다시 MVP가 된 박정태는 그해 금 20냥쭝짜리 골든볼을 손에 쥐었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KBO가 책정한 예산 1000만원에 맞춘 것이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미스터 올스타'가 되면 골든배트, 상금, 대형 TV 등이 따라갔다.

2000년 송지만(한화)과 2001년 타이론 우즈(두산)는 금 20냥쭝 골든배트, 2002년 박재홍(현대)과 2003년 이종범(KIA), 2004년 정수근(롯데)은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4년간은 상금 1000만원에 대형 TV가 추가됐다.


19일 포항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렸다. 웨스턴올스타와 이스턴올스타로 경기가 펼쳐졌다. 4타수 3안타 1홈런에 2타점을 올린 전준우가 올스타 MVP에 올랐다. 부상으로 승용차를 받은 전준우가 차량과 함께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항=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7.19
KBO 관계자에 따르면,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였다. 이 관계자는 "초기에는 승용차가 특별했지만 1990년대 이후 흔해졌다. MVP를 수상할 정도의 선수라면 간판급 선수인데, 대부분 자동차를 보유하게 됐다. 승용차보다 현금이 낫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가 다시 등장한 것은 2009년. KIA 타이거즈의 모기업인 기아자동차가 후원에 나서면서 부터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KBO가 비용을 댔다고 한다. 2009년 안치홍(KIA)은 기아차 모델 포르테 쿰, 2010년 홍성흔(롯데)은 K5, 2012년 황재균(롯데)은 SUV 뉴쏘레토R을 받았다.

물론, 수상자가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를 직접 타는 경우는 드물다. 웬만한 주전급 선수들은 고가의 외제차, 고급 승용차를 갖고 있다. 한 야구관계자는 "가족에게 선물하거나, 구단 직원 등 지인에게 저렴하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올해도 MVP 부상으로 승용차가 준비돼 있다. 16일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한 펼친 선수에게 2900만원 상당의 2017년형 K5 시그니처가 주어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역대 올스타전 MVP

연도=선수명(소속)=포지션=부상

1982년=김용희(롯데)=내야수=맵시

1983년=신경식(OB)=내야수=포니

1984년=김용희(롯데)=내야수=로열 XQ

1985년=김시진(삼성)=투수=로열 XQ

1986년=김무종(해태)=포수=엑셀

1987년=김종무(해태)=내야수=스텔라

1988년=한대화(해태)=내야수=로열 듀크

1989년=허규옥(롯데)=외야수=로열 듀크

1990년=김민호(롯데)=내야수=로열 듀크

1991년=김응국(롯데)=외야수=로열 프린스

1992년=김성한(해태)=내야수=로열 프린스

1993년=이강돈(빙그레)=외야수=쏘나타 Ⅰ

1994년=정명원(태평양)=투수=쏘나타 Ⅱ

1995년=정경훈(한화)=내야수=프린스 1.9

1996년=김광림(쌍방울)=외야수=싼타모

1997년=유지현(LG)=내야수=쏘나타 Ⅲ

1998년=박정태(롯데)=내야수=SM520

1999년=박정태(롯데)=내야수=20냥쭝 골든볼

2000년=송지만(한화)=외야수=20냥쭝 골든배트

2001년=우즈(두산)=내야수=20냥쭝 골든배트

2002년=박재홍(현대)=외야수=1000만원

2003년=이종범(KIA)=외야수=1000만원

2004년=정수근(롯데)=외야수=1000만원

2005년=이대호(롯데)=내야수=1000만원, 42인치 TV

2006년=홍성흔(두산)=포수=1000만원, 50인치 TV

2007년=정수근(롯데)=외야수=1000만원, 42인치 TV

2008년=이대호(롯데)=내야수=1000만원, 40인치 TV

2009년=안치홍(KIA)=내야수=포르테 쿱

2010년=홍성흔(롯데)=외야수=K5

2011년=이병규(LG)=외야수=K5

2012년=황재균(롯데)=내야수=뉴쏘레토R

2013년=전준우(롯데)=외야수=K5

2014년=박병호(넥센)=내야수=K5

2015년=강민호(롯데)=포수=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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