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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력의 서캠프vs구속의 허프, 진짜 승부는 후반기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7-14 23:01


볼스피드는 확실히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허프가 앞섰다. 하지만 구속이 전부가 아니다. 한화 이글스가 새로 영입한 서캠프는 제구력으로 허프에 우세승을 거뒀다.

LG와 한화의 후반기를 이끌어 줄 새 전력들이 공교롭게 같은 날 데뷔전을 치렀다.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한화전에서였다. 허프는 이날 팀이 0-4로 뒤지던 3회초 1사 1루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장했다. 경기 전 LG 양상문 감독이 "상황에 따라 중간계투로 투입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선발 류제국과 두 번째 투수 유원상이 쉽게 무너지면서 허프가 예상보다 일찍 나왔다. 이미 전날에 선발로 예고됐던 서캠프와의 맞대결이 펼쳐지게 된 셈이다.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1사 2루 LG 이천웅 타석 때 한화 선발투수 서캠프가 강판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7.14/
구속의 허프, 제구력의 서캠프

두 선수는 모두 좌완 정통파다. 그러나 투구 스타일만 같을 뿐 경기 운용 방식이나 주무기는 서로 달랐다. 허프는 강속구 위주의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총 투구수 39개 중에 포심 패스트볼이 21개였고, 패스트볼 계열의 커터(컷 패스트볼)가 9개였다. 이날 총 투구수의 77%를 패스트볼 위주로 구사했다는 뜻. 물론 구속은 잘 나왔다. 포심은 148~151㎞를 찍었다. 커터 역시 140~145㎞로 나왔다. 여기에 체인지업(7개, 128~133㎞)과 커브(2개-127㎞, 131㎞)를 살짝 섞었다. 평균 140㎞대 후반의 포심이 허프의 주무기였다.

반면 서캠프는 허프에 비해 5~7㎞ 정도 구속이 덜 나왔다. 포심 패스트볼(49개)은 141~146㎞, 커브(15개)는 118~123㎞, 커터(5개)는 139~140㎞ 사이에서 형성됐다. 구속만으로는 허프에 비해 많이 쳐졌다. 국내 투수들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서캠프는 원래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다. 그 장점을 유지했다. KBO리그의 낯선 스트라이크존을 처음 경험했지만, 금세 극복했다. 1회에는 스트라이크 존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선두타자 박용택에게 볼넷을 허용하는 등 총 21개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2회부터는 안정을 되찾았다. 13개의 공으로 삼자 범퇴를 이끌어냈고, 3회에는 안타를 1개 내줬음에도 9개의 공으로 끝냈다. 4회 2사 1, 2루 위기에서는 오지환을 패스트볼 3개로 1루수 땅볼 처리했다.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1사 1루 LG 허프가 첫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7.14/
한 경기로 전부 평가할 순 없다

결과적으로는 서캠프의 우세승이었다. 서캠프는 이날 4⅓이닝 5안타 2볼넷 4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총투구수는 69개. 비록 승리투수 요건에서 아웃카운트 2개가 모자라 첫 승을 거두진 못했으나 의미있는 호투였다. 김성근 감독은 5-0으로 앞선 5회말 서캠프가 연속 3안타로 1실점하자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입국한 지 6일 밖에 되지 않은데다 첫 경기인 점을 감안해 일찍 교체한 것. 불펜진도 여력이 있었기에 무리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이닝 소화력이나 제구력 등 가장 관건이던 측면에서는 그런대로 합격점을 받았다.


반면 허프는 1⅔이닝 동안 40개의 공을 던져 3안타 1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시원시원하게 던지긴 했지만, 국내 타자를 압도할 정도의 스피드나 구위는 아니었다. 그러나 허프는 서캠프보다 하루 늦은 10일에 입국해 적응 시간이 더 적었다.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날 한 경기에서는 분명 서캠프가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허프와 서캠프의 실력을 전부 봤다고 할 순 없다. 분명한 건 이 두 투수가 각각 LG와 한화의 시즌 후반기 성적에 큰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잘 하면 소속팀도 순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무너지면 대안이 없다. 본격적인 승부, 그리고 실력에 대한 판단은 후반기에 해야 한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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