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강률,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라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7-11 11:08


2016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두산 김강률이 선발 허준혁을 구원 등판 역투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6.07.10/

홈런은 맞았지만, 구위는 괜찮았다. 쓸 수 있는 필승조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팀에 기대감을 안기는 피칭이었다. 두산 베어스 김강률(28) 얘기다. 그는 후반기 '키 플레이어'다.

김강률은 지난 4월27일 어깨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지난해 아킬레스건 수술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뒤 올 시즌 초반에도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했다. 그러다 두 달 반이 지나서야 1군에 콜업됐다. 9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서다. 복귀전은 다음날이었다. 10일 1-4로 뒤진 4회 2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성적은 1이닝 2안타 1홈런 1삼진 2실점. 직구 최고 시속은 151㎞까지 찍혔다.

첫 타자는 자신의 손으로 처리했다. 득점권 위기에서 김호령을 투수 직선타로 요리했다. 5회도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선두 타자 신종길을 1루수 땅볼로, 후속 김주찬은 공 3개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슬라이더(134㎞)-직구(148㎞)-포크볼(142㎞)을 던져 2아웃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범호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브렛필을 상대로는 볼카운트 1B에서 커브(131㎞)를 던지다 좌월 투런포를 허용했다. 두산 벤치는 곧장 좌완 이현호로 투수를 바꿨다.

모처럼 치른 1군 경기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볼넷 없이 도망가지 않고 타자와 붙었다. 그는 최근 3년간 볼넷 이후 후속 타자 피안타율이 0.368로 높다.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게 낫다. 또한, 어깨 통증 없이 22개의 공을 던진 것도 소득이다. 평균 148㎞의 직구를 포함해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갖고 있는 공을 모두 던졌다.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들지 않았다.

다만 홈런 장면에서 보듯 초구 스트라이크는 무조건 잡고 가야 한다. 결과론이지만, 필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면 2구째 커브가 실투가 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평소 제구보다 구위로 밀어붙이는 투수인만큼 '초구 생면선'을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래야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필승조 일원이 될 수 있다.

김강률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는 시즌 초 "작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팀 우승에 아무런 공헌을 하지 못한 게 가장 가슴 아프다"면서 "언제나 초구 스트라이크만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첫 단추를 잘 꿰면 무조건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재활군에 있을 때 "어깨 통증이 그리 심한 건 아니다. 잘 준비하고 있다"면서 "예전보다 제구가 좋아졌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초구가 내겐 정말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물론 일각에선 '초구를 무조건 스트라이크로 던질 필요는 없다'는 지적을 한다. 실투 하나로 역적이 될 수 있는 불펜 투수이기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2000년부터 3년 연속 세이브 1위에 오른 진필중 롯데 드림팀 투수 코치도 "나는 현역 시절 두번째 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초구는 볼이 돼도 상관 없지만, 2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가 돼야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김강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동안 필승조로 풀타임을 뛴 시즌이 없어 무조건 볼카운트 1S의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 더구나 그는 '돌공'에 비유되는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가. 직구를 한 가운데만 던지지 않으면 루킹 스트라이크가 됐든, 파울이 됐든 무조건 1S를 선점할 수 있는 투수다.


현재 두산 불펜에는 오른손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140㎞ 후반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는 김강률뿐이다. 그래서 군복무 중인 이용찬과 홍상삼 얘기가 벌써 나온다. 이 둘이 제대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당장 후반기 불펜을 어떻게 운용할 것이냐다. 상대 타자를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파이어 볼러' 김강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김강률도 뻔한 명제이지만 다시 한 번 초구 스트라이크를 가슴 속에 새기면서 전반기 마지막 3경기, 또 후반기 60여경기를 벼르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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