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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은 맞았지만, 구위는 괜찮았다. 쓸 수 있는 필승조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팀에 기대감을 안기는 피칭이었다. 두산 베어스 김강률(28) 얘기다. 그는 후반기 '키 플레이어'다.
모처럼 치른 1군 경기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볼넷 없이 도망가지 않고 타자와 붙었다. 그는 최근 3년간 볼넷 이후 후속 타자 피안타율이 0.368로 높다.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게 낫다. 또한, 어깨 통증 없이 22개의 공을 던진 것도 소득이다. 평균 148㎞의 직구를 포함해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갖고 있는 공을 모두 던졌다.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들지 않았다.
다만 홈런 장면에서 보듯 초구 스트라이크는 무조건 잡고 가야 한다. 결과론이지만, 필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면 2구째 커브가 실투가 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평소 제구보다 구위로 밀어붙이는 투수인만큼 '초구 생면선'을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래야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필승조 일원이 될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선 '초구를 무조건 스트라이크로 던질 필요는 없다'는 지적을 한다. 실투 하나로 역적이 될 수 있는 불펜 투수이기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2000년부터 3년 연속 세이브 1위에 오른 진필중 롯데 드림팀 투수 코치도 "나는 현역 시절 두번째 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초구는 볼이 돼도 상관 없지만, 2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가 돼야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김강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동안 필승조로 풀타임을 뛴 시즌이 없어 무조건 볼카운트 1S의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 더구나 그는 '돌공'에 비유되는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가. 직구를 한 가운데만 던지지 않으면 루킹 스트라이크가 됐든, 파울이 됐든 무조건 1S를 선점할 수 있는 투수다.
현재 두산 불펜에는 오른손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140㎞ 후반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는 김강률뿐이다. 그래서 군복무 중인 이용찬과 홍상삼 얘기가 벌써 나온다. 이 둘이 제대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당장 후반기 불펜을 어떻게 운용할 것이냐다. 상대 타자를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파이어 볼러' 김강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김강률도 뻔한 명제이지만 다시 한 번 초구 스트라이크를 가슴 속에 새기면서 전반기 마지막 3경기, 또 후반기 60여경기를 벼르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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