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투 1위 한화, 투수만 탓할 순 없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7-04 10:02


하위권 약팀의 대표적인 특징이 바로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하는 것이다. 그래도 투지를 앞세워 힘겹게 한점씩 따라붙은 뒤 수비 이닝에서 허무하고 어처구니없게 점수를 허용하는 장면이 많을 수록 약체다. 이런 장면이 나오면 당연히 사기는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경기 후반 역전 가능성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포수 차일목이 kt 3회말 1사 만루 심우준의 3루 땅볼때 홈으로 쇄도하는 3루주자 마르테를 태그 하지 않아 점수를 헌납하고 조인성으로 교체되고 있다. 3루수 송광민이 심우준의 땅볼 타구를 잡아 유민상을 먼저 포스 아웃 시킨 상황이므로 포수 차일목은 마르테를 태그아웃 시켰어야 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6.14/
한화 이글스가 바로 그렇다. 지난해부터 한화는 경기 막판에 극적으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8회의 기적'을 많이 보여줬다. 득점 확률이 경기 후반 이후 크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은 이전까지 실점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투수들을 위기상황에 바로 교체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안간힘을 쏟아붓더라도 중요한 고비에 허무한 실점이 나오면 계산이 틀어질 수 밖에 없다. 올해 한화가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핵심 이유다. 이런 '허무한 실점'의 대표적 사례는 바로 폭투에 의한 실점이다.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폭투가 나오면 여지없이 점수를 내주게 된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잘 확인된다. 한화는 7회까지 1-2로 팽팽히 맞섰다가 8회초 위기를 맞았다. 2사 1, 3루에서 투수를 정대훈으로 교체했는데 허경민에게 우익수 앞쪽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를 허용해 1점을 내줬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1-3, 2점차 승부다. 8, 9회 공격에서 만회해볼 만한 격차다.

하지만 이 순간에 폭투가 또 나왔다. 정대훈의 변화구가 포수 조인성의 미트를 벗어나 옆쪽으로 흘렀다. 조인성이 순간적으로 공의 방향을 잃었고, 그 사이 3루에 있던 에반스가 홈을 밟아 4-1을 만들었다. 2점차와 3점차는 상대방에 안기는 데미지의 차이가 꽤 크다. 이 점수로 한화는 추격 의지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런 장면들이 이번 뿐만이 아니라는 것. 올해 유난히 폭투가 많다. 실제로 한화는 올해 46개의 폭투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모든 폭투가 다 실점으로 이어진 건 아니다. 1루 주자가 2루, 혹은 2루 주자가 3루에 가는 것에서 그칠 때도 있다. 그래도 폭투가 팀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상대의 승률을 높여준 건 확실하다.

그런데 이렇게 한화의 폭투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폭투는 투수의 책임으로 기록된다. 단어의 뜻 자체가 그렇다. 폭투(와일트피치)는 투수가 잘못 던져 포수가 제대로 받지 못해 상대 주자의 진루를 허용할 때 기록된다. 그러나 모든 폭투를 투수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분명 포수의 책임도 상당히 크다. 이를테면, 투수가 원바운드성 떨어지는 변화구를 전략적으로 던졌을 때 포수는 이걸 몸으로 막아줘야 한다. 이 블로킹 능력은 포수 가치의 척도이기도 하다. 기량이 떨어지는 포수는 이런 공을 자주 흘리지만, 투수의 폭투로 기록된다.

그런 면에서 한화의 많은 폭투를 단순히 투수의 컨트롤 미스라고만 할 순 없다. 올해 한화는 베테랑 조인성(41)과 차일목(34)으로 포수진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노련한 투수리드로 팀 승리에 공헌하기도 했지만, 많은 폭투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여전히 한화의 안방은 불안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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