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권 약팀의 대표적인 특징이 바로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하는 것이다. 그래도 투지를 앞세워 힘겹게 한점씩 따라붙은 뒤 수비 이닝에서 허무하고 어처구니없게 점수를 허용하는 장면이 많을 수록 약체다. 이런 장면이 나오면 당연히 사기는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경기 후반 역전 가능성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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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잘 확인된다. 한화는 7회까지 1-2로 팽팽히 맞섰다가 8회초 위기를 맞았다. 2사 1, 3루에서 투수를 정대훈으로 교체했는데 허경민에게 우익수 앞쪽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를 허용해 1점을 내줬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1-3, 2점차 승부다. 8, 9회 공격에서 만회해볼 만한 격차다.
하지만 이 순간에 폭투가 또 나왔다. 정대훈의 변화구가 포수 조인성의 미트를 벗어나 옆쪽으로 흘렀다. 조인성이 순간적으로 공의 방향을 잃었고, 그 사이 3루에 있던 에반스가 홈을 밟아 4-1을 만들었다. 2점차와 3점차는 상대방에 안기는 데미지의 차이가 꽤 크다. 이 점수로 한화는 추격 의지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렇게 한화의 폭투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폭투는 투수의 책임으로 기록된다. 단어의 뜻 자체가 그렇다. 폭투(와일트피치)는 투수가 잘못 던져 포수가 제대로 받지 못해 상대 주자의 진루를 허용할 때 기록된다. 그러나 모든 폭투를 투수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분명 포수의 책임도 상당히 크다. 이를테면, 투수가 원바운드성 떨어지는 변화구를 전략적으로 던졌을 때 포수는 이걸 몸으로 막아줘야 한다. 이 블로킹 능력은 포수 가치의 척도이기도 하다. 기량이 떨어지는 포수는 이런 공을 자주 흘리지만, 투수의 폭투로 기록된다.
그런 면에서 한화의 많은 폭투를 단순히 투수의 컨트롤 미스라고만 할 순 없다. 올해 한화는 베테랑 조인성(41)과 차일목(34)으로 포수진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노련한 투수리드로 팀 승리에 공헌하기도 했지만, 많은 폭투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여전히 한화의 안방은 불안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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