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작은 장면 하나가 승부의 흐름을 확 바꿔놓는다. 팬들을 열광케하는 화끈한 홈런이나 삼진쇼가 아니라 주목받지 못했어도 승부의 흐름을 돌이켜보면 상당히 큰 영향력을 미친 장면들. '숨은 1인치'의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두산 베어스 우익수 박건우가 지난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보여준 홈송구가 바로 그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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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자. 두산 선발 유희관은 1회말 선두타자 정근우에게 당했다. 우전 안타에 이어 2루 도루까지 허용했다. 정근우는 2번 이용규의 1루수 앞 땅볼 때 3루까지 내달렸다. 득점 루트가 매우 다양한 1사 3루가 만들어졌다. 안타, 외야 뜬공, 내야 깊숙한 땅볼 등. 주루 능력이 탁월한 정근우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손쉽게 점수를 올릴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1회부터 점수를 내주면 유희관이 흔들릴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3번 타자 송광민은 1B에서 2구째를 받아쳤다. 우익수 플라이였다. 거리가 약간 짧았지만, 3루 주자가 주루플레이의 달인인 정근우이기 때문에 홈승부를 해볼만 했다. 유희관으로부터 언제 또 이런 기회를 다시 잡을 지 알 수 없는 상황. 게다가 선취점이 상대에게 주는 데미지는 적지 않다. 공이 포구되는 순간 총알같이 홈으로 대시했다.
이런 장면을 만든 건 순전히 외야수 박건우의 능력이었다. 박건우는 타구를 잡자마자 전력으로 홈에 던졌는데, 방향이나 스피드가 더할 나위없이 정확했다. 정근우의 스피드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송구 방향이 약간만 빗나갔거나 송구가 느렸더라면 정근우는 충분히 득점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득점은 유희관과 두산에 큰 데미지를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박건우는 이 모든 변수를 총알같은 송구 하나로 지워버렸다. 박건우의 수비는 이날 두산과 유희관이 거둔 승리의 발판이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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