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정재훈(36)은 30일 현재 14홀드로 이 부문 선두다. 공동 2위 이보근(넥센 히어로즈), 윤길현(롯데 자이언츠)보다 4개나 많다. 의외의 결과, 대반전이라는 평가. 캠프 당시 필승조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은 베테랑이 2010년 이후 다시 한 번 홀드왕에 도전하고 있다. 앞으로 체력 관리만 잘 한다면 KBO리그 역대 최고령 홀드왕 기록이 새로 써질 듯 하다.
두산 벤치는 서둘러 정재훈을 호출했다. 8회에 등판해 1이닝을 책임지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지만 출격 시기를 앞당겼다. 결과는 단 5개의 공을 던져 이닝 종료. 김상현은 2구만에 3루수 파울 플라이, 박경수는 3구만에 3루수 땅볼이었다. 그는 다음날 잠실 LG전에서도 5-1이던 8회 1사 2루에 구원 등판, 상대 주자의 홈 쇄도 자체를 봉쇄했다. 최경철은 2루 땅볼, 오지환은 삼진이었다.
이처럼 정재훈이 등장하면 득점은 고사하고 진루 자체가 쉽지 않다. 빠른 공을 내세워 삼진을 잡는 유형은 아니지만 제구가 워낙 좋아 벌어지는 일이다. 이날 현재 24경기에서 그가 건네 받은 주자는 모두 18명. 그 중 홈을 밟은 주자는 단 2명. 승계주자 득점 허용률이 고작 0.111에 불과하다. 15이닝을 던진 리그 불펜 투수 중 단연 1위다. 기록상으로 kt 조무근이 같은 수치를 찍고 있지만, 승계 주자 9명-득점 허용 1명으로 주자 자체가 2배 적다. 또 1.11 평균자책점 정재훈과 7.79 조무근은 안정감에서 차이가 상당하다.
|
그리고, 잔루를 만드는 기술적인 비결은 역시 커터다. 앞서 김태형 감독이 "20대 때 스피드는 없지만 커터를 효율적으로 던지고 있다"는 분석과 일치한다. 정재훈은 "사실 커터를 던진 지는 꽤 됐다. 오른손 타자 몸쪽에다 던지는 게 예전과 올 시즌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그동안은 왼손 타자 몸쪽에만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커터가 조금이라도 몰리면 좋은 먹잇감이 될 테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대다수의 투수가 던지지 않나. 나 역시 던져야 한다"며 "사실 TV 중계 화면만 봐서는 꺾이는 각도를 잘 모르겠더라. 아마 포수와 타자, 나만 '지금 이 공을 커터로 던졌구나'라고 느낄 것"이라고 웃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