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영의 경이적인 삼진/볼넷, 결론은 제구력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5-31 10:30


넥센 신재영은 올시즌 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11.33으로 이 부문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신재영은 탈삼진 능력보다는 볼넷을 내주지 않는 제구력이 돋보인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투수가 얼마나 위력적인가, 얼마나 제구력이 좋은가를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볼넷에 대한 삼진의 비율이다. 삼진수를 볼넷수로 나눈 값(K/B)인데 보통 3정도면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시즌 KBO리그의 평균 K/B는 30일 현재 1.79다. 메이저리그가 2.55, 일본 프로야구가 2.04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투수들의 구위와 제구력 수준을 알 수 있다.

LA 다저스의 에이스로 사이영상을 세 차례 받은 클레이튼 커쇼가 이번 시즌 경이적인 K/B를 기록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끈다. 커쇼는 30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7⅔이닝을 4안타 2실점으로 막는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낸 반면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올시즌 삼진과 볼넷이 각각 105개, 5개이다. K/B가 무려 21.00에 이른다. 메이저리그 탈삼진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커쇼는 301탈삼진을 올린 지난해 이 수치가 7.16이었고, 세 번째 사이영상을 받았던 2014년에는 7.71이었다. 규정이닝 기준 이 부문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기록은 미네소타 트윈스 필 휴즈가 2014년에 마크한 11.63(186탈삼진, 16볼넷)이다. 당시 휴즈도 지금의 커쇼에 비할 바가 못된다.

특히 커쇼는 1901년 이후 시즌 100탈삼진에 도달한 시점에서의 볼넷 숫자가 역대 가장 적은 투수로 기록됐다. 이 부문 역대 최고 기록은 2010년 클리프 리가 마크한 7볼넷이다. 리는 그해 10.28(185탈삼진, 18볼넷)의 K/B를 기록했다. 커쇼가 이번 시즌 얼마나 위력적인 구위와 제구력을 보여주고 있는 알 수 있다.

KBO리그에서 K/B가 가장 뛰어난 투수는 선동열이다. 통산 1698개의 탈삼진, 342볼넷을 기록해 통산 K/B가 4.96이다. 선동열은 특히 1991년 210탈삼진, 25볼넷으로 규정이닝 기준 단일 시즌 최고인 8.40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는 넥센 히어로즈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 신재영이 뛰어난 K/B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신재영은 이날 현재 10경기에서 7승2패를 거두는 동안 탈삼진 34개와 3개의 볼넷을 기록했는데, K/B가 11.33에 이른다. 규정이닝을 넘긴 27명의 투수들 가운데 단연 1위다. 신재영은 탈삼진 순위는 공동 26위에 불과하지만, 완벽한 제구력으로 볼넷을 거의 내주지 않고 있다. 60⅓이닝을 던졌으니, 9이닝 한 경기 평균 0.45개의 볼넷을 허용한 꼴이다. 커쇼나 선동열처럼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볼넷 허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덕분이다. 물론 신재영이 앞으로 남은 시즌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신재영의 놀라운 볼넷 회피 능력에 대해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것도 제구력이 좋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조건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한다고 볼넷을 내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신재영이 공격적인 투구를 하기 때문에 안타를 많이 맞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영은 피안타가 66개로 피안타율이 2할8푼2리나 된다. WHIP는 1.14이고 평균자책점은 2.98이다. 볼넷이 투수에게 가장 안좋은 것이라고 하는데, 신재영이 리그 평균의 피안타율(0.286)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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