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 두산, 2번 재원-4번 재일-7번 재환 교통정리 끝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5-19 15:38 | 최종수정 2016-05-20 04:20


두산 베어스 오재원(왼쪽부터)-오재일-김재환. 스포츠조선 DB.

여전히 '당분간'이라는 전제가 따라 붙는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게 선발 라인업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랜 고민 끝에 '최적의 조합'을 찾은 것도 사실이다. 부상 선수들이 속속 복귀하며 '완전체'가 된 두산 베어스 타순이 사실상 확정됐다.

두산은 19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8대3으로 승리하며 파죽의 6연승을 달렸다. 27승1무11패. 0.711의 승률이다. 특히 이날은 더스틴 니퍼트가 교통 사고로 예정된 등판을 소화하지 못하고도 역전승을 일궈내 의미가 남다르다. KIA 양현종을 상대로 4회 결승타를 친 허경민부터 5회 쐐기 투런포를 작렬한 에반스까지. 모든 선수가 잘했다. 파죽지세의 상승세다.

연승의 소득은 2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를 벌렸다는 데 있다. 어느덧 6경기 차로 살림하는 데 여유가 생겼다. 또 하나, KIA와의 3연전을 통해 1~9번 타순도 확정했다. 그동안 붙박이 3번 민병헌, 5번 양의지, 9번 김재호를 제외한 나머지 타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김태형 감독은 최근 교통 정리를 끝냈다.

4번 오재일-7번 김재환으로 정리

프로 데뷔 후 나란히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오재일과 김재환. 결국 오재일이 4번을, 김재환이 7번을 맡는다.

오른 옆구리 부상을 털고 18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오재일은 복귀전에서 4번이 아닌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사령탑은 비교적 편한 타순에서 오래 공을 보도록 배려했다. 그가 4번을 책임진 김재환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오재일이 없는 동안 엄청난 타격감으로 성공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29경기 성적은 타율 0.379(95타수 36안타). 홈런은 무려 12방. LG 트윈스 히메네스(13개)에 이어 홈런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따라서 잘 맞고 있는 그를 괜히 흔들 이유는 없었다. 김 감독도 "공을 때리는 포인트도 좋고 손목도 제대로 쓴다"고 극찬했다. 그렇게 18일에는 박건우(우익수) 오재원(2루수) 민병헌(중견수) 김재환(좌익수) 양의지(포수) 오재일(1루수) 에반스(지명타자) 허경민(3루수) 김재호(유격수) 순으로 타석에 섰다.

하지만 다음날 김재환과 오재일이 위치를 바꿨다. 김 감독은 KIA 선발 왼손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하는 날, 박건우-오재원-민병헌-오재일-양의지-에반스-김재환-허경민-김재호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이는 상대적으로 오재일이 좌투수 공을 더 잘 때리고 2S 이후 대처 능력도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재환은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지만 아직까지 좌투수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김 감독도 "다른 모든 능력을 떠나 왼손 투수에게는 확실히 오재일이 강점이 있다"고 밝히며 "4번은 오재일로 간다. 김재환은 7번에서 쳤을 때 모습이 가장 좋다"고 정리했다.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두산 양의지가 좌중월 솔로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m / 2016.05.18.
강한 2번으로 낙점된 오재원.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타순은 2번이다. 4월 한 달 동안 붙박이 6번으로 출전하던 오재원이 1번 박건우와 함께 테이블 세터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오재원은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미세하긴 하나 몇 차례 타격폼에 변화를 준 이유다. 그러다가 지난 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페이스가 올라왔다. 타석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안타를 생산했고 출루해서는 팀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결정적인 득점을 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김태형 감독은 18일부터 그를 2번으로 넣었다. 하루 전 정수빈이 부상 당한 탓도 있지만, 더 강한 타선을 위해서는 오재원이 중책을 맡아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박건우는 공을 방망이에 맞힐 줄 안다. 안타든 범타이든 결과를 내는 선수"라면서 "베테랑 오재원은 투수를 괴롭힐 줄 알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당분간 그를 2번으로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고정 타순' 삼총사의 존재감이다. 베테랑 민병헌, 양의지, 김재호가 3번, 5번, 9번에서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사령탑도 나머지 타순에 대한 변화를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김 감독에게 '라인업을 쓸 때 가장 먼저 이름을 적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했다. 1초도 안 돼 "5번 양의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서는 "민병헌, 김재호"의 이름도 곧장 나왔다. 김 감독은 웃으며 "고민할 필요가 없는 타자들"이라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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