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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당분간'이라는 전제가 따라 붙는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게 선발 라인업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랜 고민 끝에 '최적의 조합'을 찾은 것도 사실이다. 부상 선수들이 속속 복귀하며 '완전체'가 된 두산 베어스 타순이 사실상 확정됐다.
4번 오재일-7번 김재환으로 정리
프로 데뷔 후 나란히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오재일과 김재환. 결국 오재일이 4번을, 김재환이 7번을 맡는다.
하지만 다음날 김재환과 오재일이 위치를 바꿨다. 김 감독은 KIA 선발 왼손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하는 날, 박건우-오재원-민병헌-오재일-양의지-에반스-김재환-허경민-김재호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이는 상대적으로 오재일이 좌투수 공을 더 잘 때리고 2S 이후 대처 능력도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재환은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지만 아직까지 좌투수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김 감독도 "다른 모든 능력을 떠나 왼손 투수에게는 확실히 오재일이 강점이 있다"고 밝히며 "4번은 오재일로 간다. 김재환은 7번에서 쳤을 때 모습이 가장 좋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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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주목해야 할 타순은 2번이다. 4월 한 달 동안 붙박이 6번으로 출전하던 오재원이 1번 박건우와 함께 테이블 세터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오재원은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미세하긴 하나 몇 차례 타격폼에 변화를 준 이유다. 그러다가 지난 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페이스가 올라왔다. 타석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안타를 생산했고 출루해서는 팀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결정적인 득점을 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김태형 감독은 18일부터 그를 2번으로 넣었다. 하루 전 정수빈이 부상 당한 탓도 있지만, 더 강한 타선을 위해서는 오재원이 중책을 맡아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박건우는 공을 방망이에 맞힐 줄 안다. 안타든 범타이든 결과를 내는 선수"라면서 "베테랑 오재원은 투수를 괴롭힐 줄 알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당분간 그를 2번으로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고정 타순' 삼총사의 존재감이다. 베테랑 민병헌, 양의지, 김재호가 3번, 5번, 9번에서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사령탑도 나머지 타순에 대한 변화를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김 감독에게 '라인업을 쓸 때 가장 먼저 이름을 적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했다. 1초도 안 돼 "5번 양의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서는 "민병헌, 김재호"의 이름도 곧장 나왔다. 김 감독은 웃으며 "고민할 필요가 없는 타자들"이라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