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태양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게 고무적"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5-19 06:28 | 최종수정 2016-05-19 06:29


희망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낫다는 믿음에서 생긴다. 아주 조금이라도 발전하고 있다는 게 확인되는 순간 가슴속은 희망으로 차오르고 그건 곧 자신감으로 굳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한화 이글스의 젊은 우완투수 이태양(26)은 희망을 품고 있다. 이제는 자신감도 단단해지고 있다. 경기에 나설수록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한화 이태양
스포츠조선

이태양은 2년전 '한화의 미래'로 불렸던 투수다. 사실 입단하던 시기의 이태양은 그다지 주목받는 투수는 아니었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하고 2010년 5라운드 36순위로 입단했다. 오히려 1라운드 전체 4번으로 입단한 천안북일고 출신의 김용주가 더 큰 기대를 받았다. 그리고 3라운드(전체 20위)로 입단한 안승민이 더 빠르게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 당시만 해도 이태양은 '키만 크고 마른 투수'였다. 입단 후 2년이 지난 2012년에야 겨우 1군에서 1경기에 나섰을 뿐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이태양은 꾸준히 성장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량이 늘어나면서 공에 힘이 실리자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3년 31경기에 등판하면서 경험을 쌓은 이태양은 2014년에 드디어 선발 자리를 꿰찬다. 30경기에 나와 7승10패, 평균자책점 5.29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큰 키에 수려한 얼굴, 150㎞의 강속구와 포크볼로 무장한 이태양은 프랜차이즈 레전드 스타인 정민철을 연상케했다. 그래서 '한화의 미래'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이태양은 지난해 큰 시련을 맞이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수술대에 오른 것. 토미존 서저리로 불리는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투수에게는 큰 시련이다. 이전의 구위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장담키 어려웠다.

그러나 이태양은 수술 이후 성실하게 재활에 매달렸다. 가끔씩 야구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태양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단 한번도 힘든 표정을 짓지 않았다. 늘 미소 가득한 얼굴로 "열심히 재활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며 '부활'을 약속하곤 했다.

그리고 이태양은 그 약속을 지켰다. 성실하게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더니 올해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복귀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3월초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났을 때는 "이제 힘껏 던져도 전혀 아프지 않다"며 또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수술 1년만에 1군 무대에 돌아왔다.

지난 4월23일 잠실 두산전을 시작으로 17일 포항 삼성전까지 5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5경기에서 3패에 평균자책점 5.40이다.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이태양은 여전히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 승패와 상관없이 수술 이후 복귀 시즌에서 매경기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면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태양은 등판때마다 꾸준히 투구수와 투구 이닝이 늘어나고 있다. 첫 등판때 조심스럽게 54구를 던진 이태양은 17일 경기에서는 84개까지 투구수를 늘렸고, 올해 처음으로 5이닝을 채웠다. 이런 점이 이태양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태양은 "그래도 경기를 치를때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에요"라며 "한 번 잘하고, 다음에 못하는 식으로 들쭉날쭉하는 것보다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향상되는 게 나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의 모습에 관해 완전히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이태양은 "구속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지만, 경기 운용에서는 더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삼성전 때도 2사 후에 실점하고, 볼넷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들을 고쳐나가면 다음 등판 때는 조금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라며 또 미소를 지었다. 그의 다음 등판 예정은 22일 대전 kt전이다. 이태양이 6번째 등판에서 과연 5이닝을 넘기고 첫 승을 수확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설령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이태양은 지금 충분히 '한화의 미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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