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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KIA 타선, 이래도 물타선이라고?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5-18 11:32


15일 한화전에 나선 김호령.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결국 성적과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감독, 코칭스태프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하고싶은 말이 많아도, 설명하고 싶은 게 있어도, 현장의 지도자는 성적으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난 시즌 KIA 타이거즈 코칭스태프 중에서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던 지도자가 박흥식 타격코치였을 것이다. 공격부진에 대한 압박, 스트레스를 최일선에서 견뎌내야 했다.

지난해 KIA 공격력은 바닥을 때렸다. '물타선', '변비타선'으로 불렸다. 짜릿한 끝내기 승리가 있었고, 호쾌한 타격으로 상대를 누른 게임도 있었지만, 타선 침묵으로 답답했던 경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모든 공격 지표가 최하위를 맴돌았다. 팀 타율 2할5푼1리로 KBO리그 10개 팀 중 '꼴찌'였다. 팀 타율 2할5푼대는 타이거즈가 유일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3할2푼6리, 3할9푼2리였는데, 이 또한 최하위였다. 공격 자원이 부족했고, 준비 기간도 짧았다. 지난 겨울 김기태 감독의 첫 번째 과제가 '공격력 강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공격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김주형을 유격수로 기용하고,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17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35경기에서 팀 타율 2할8푼7리. 두산(3할5리), 롯데 자이언츠(2할9푼)의 뒤를 잇는 팀 타율 3위다. 3할6푼3리의 출루율도 두산, 롯데에 이어 3위고, 장타율은 4할5푼3리로 2위에 올라있다. 시즌 초반 워밍업 단계를 거쳐, 리그 정상급 타선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다.

기존의 주축타자 이범호, 외국인 타자 브렛 필, 김주찬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 기대대로 이들 중심타자들이 무게중심을 잘 잡아줬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나지완까지 살아났다. 시의적절한 외부 영입도 힘이 됐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이적한 서동욱이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고 주축 타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KIA 강한울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5.17.
무엇보다 고무적인 게 젊은 선수들의 새로운 모습이다. 대졸 2년차인 중견수 김호령과 3년차 유격수 강한울은 지난해까지 수비력으로 팀에 기여한 선수들이다. 수준급 수비력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능력이 떨어져 '반쪽짜리 선수'로 불렸다. 김호령은 프로 첫해인 지난 시즌 103경기에서 2할1푼8리-1홈런-21타점을 기록했다. 강한울은 90경기에 출전해 2할5리-12타점의 빈타에 허덕였다. 가뜩이나 허약한 타선인데, 하위 타순에 큰 구멍이 나 있었다.

요즘 김호령 강한울은 가장 눈에 띄는 타자다. 김호령은 17일까지 타율 3할3푼9리-19안타-1홈런-6타점-3도루, 강한울은 3할1푼7리-13안타-7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3할 타자' 김호령 강한울을 머리에 그린 야구인이 있었을까.

박흥식 타격코치는 선구안과 생각하는 타격, 정신적인 면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1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 코치는 "기술훈련은 이미 캠프에서 끝냈고, 실전에서는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이 필요하다. 팀 내 입지가 확고하지 못하다보니 보여줘야한다는 마음이 앞서 서두르게 된다. 조급하게 나서지 말고 공을 길게, 끝까지 보라는 주문을 한다"고 했다. 김호령은 17일 두산전 2회 상대 선발 마이클 보우덴을 맞아 10구까지 가는 끈질길 승부를 했다. 능동적인 자세로 번트를 시도하고, 상황에 맞게 공격을 시도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는 치열한 포지션 경쟁도 공격력 업그레드에 기여했다. 주축 외야수 김주찬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오준혁 노수광 김원섭 윤정우 등이 외야 경쟁을 하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왜 '유격수 김주형' 카드를 내세웠는지 강한울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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