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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성적과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감독, 코칭스태프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하고싶은 말이 많아도, 설명하고 싶은 게 있어도, 현장의 지도자는 성적으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난 시즌 KIA 타이거즈 코칭스태프 중에서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던 지도자가 박흥식 타격코치였을 것이다. 공격부진에 대한 압박, 스트레스를 최일선에서 견뎌내야 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17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35경기에서 팀 타율 2할8푼7리. 두산(3할5리), 롯데 자이언츠(2할9푼)의 뒤를 잇는 팀 타율 3위다. 3할6푼3리의 출루율도 두산, 롯데에 이어 3위고, 장타율은 4할5푼3리로 2위에 올라있다. 시즌 초반 워밍업 단계를 거쳐, 리그 정상급 타선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다.
기존의 주축타자 이범호, 외국인 타자 브렛 필, 김주찬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 기대대로 이들 중심타자들이 무게중심을 잘 잡아줬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나지완까지 살아났다. 시의적절한 외부 영입도 힘이 됐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이적한 서동욱이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고 주축 타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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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호령 강한울은 가장 눈에 띄는 타자다. 김호령은 17일까지 타율 3할3푼9리-19안타-1홈런-6타점-3도루, 강한울은 3할1푼7리-13안타-7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3할 타자' 김호령 강한울을 머리에 그린 야구인이 있었을까.
박흥식 타격코치는 선구안과 생각하는 타격, 정신적인 면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1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 코치는 "기술훈련은 이미 캠프에서 끝냈고, 실전에서는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이 필요하다. 팀 내 입지가 확고하지 못하다보니 보여줘야한다는 마음이 앞서 서두르게 된다. 조급하게 나서지 말고 공을 길게, 끝까지 보라는 주문을 한다"고 했다. 김호령은 17일 두산전 2회 상대 선발 마이클 보우덴을 맞아 10구까지 가는 끈질길 승부를 했다. 능동적인 자세로 번트를 시도하고, 상황에 맞게 공격을 시도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는 치열한 포지션 경쟁도 공격력 업그레드에 기여했다. 주축 외야수 김주찬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오준혁 노수광 김원섭 윤정우 등이 외야 경쟁을 하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왜 '유격수 김주형' 카드를 내세웠는지 강한울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