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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피치를 올리고 있다. 지난주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를 만나 5승1패를 거두며 4경기 차 앞선 1위가 됐다. 36경기 승률은 6할8푼6리. 24승1무11패다. 이는 김태형 두산 감독조차 예상치 못한 선전이다. 5~8일 충격적인 4연패에 빠져 중위권 추락을 걱정하다, 아주 큰 위기로 판단한 10~15일 6연전에서 2승1패, 스윕까지 달성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지금의 순위가 끝까지 유지될 리 없다. 김 감독도 이제 30경기를 갓 넘은 시점에서 "1위 자리가 기분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6월 중순부터"라고 했다.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는 말이다. 그 중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눈앞의 1승에 집착하진 않겠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대표적으로 정재훈, 양의지, 김재호 등 핵심 선수들이 나름 적절한 타이밍에서 휴식을 부여받고 있다. 팬들은 '왜 그 선수들을 쓰지 않았냐'고 불만을 쏟아내지만, 김 감독은 "지금은 기다리고 버텨야 할 때다. 모든 비난은 내가 감수한다"고 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정재훈은 6~8일 롯데와의 3연전에서 아예 불펜 대기를 하지 않았다. 어깨가 조금 불편해 휴식을 취했고 10일부터 정상적으로 기용됐다. 무릎이 안 좋은 양의지도 12일 인천 SK전에서 푹 쉬었다. 경기 전 훈련까지 생략한 채 벤치에서 응원만 했다. 양의지가 없던 당시, 두산은 2-5이던 9회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최재훈. 팬들은 양의지를 외쳤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그대로 최재훈을 밀어붙였다. 자칫 방망이를 들다가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면서 미동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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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팀 내 결승타 1위는 왼손 거포 김재환(4번)이다. 캡틴 김재호와 안방마님 양의지, 3루수 허경민이 나란히 3번씩으로 공동 2위다. 그런데 지금의 독보적인 순위는, 최주환이 때린 두 번의 결승타, 지금은 2군에 있는 박세혁이 날린 결승타 때문인지도 모른다. 찬스 때마다 벤치에서 대기 하고 있던 선수가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얘기다.
최주환은 15일 고척 넥센전에서 3-3이던 8회 2사 1,2루에서 대타로 출전해 상대 마무리 김세현의 낮은 공을 밀어쳐 좌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또 지난달 20일 수원 kt전에서는 4-4이던 6회 1사 2루에서 박건우 대신 타석에 들어서 우월 투런 홈런을 폭발했다. 그렇게 두산은 최주환 때문에 4월 중순 7연승, 이번에는 3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박세혁 역시 4월26일 잠실 SK전에서 0-1이던 6회 무사 만루에 대타로 출전, 켈리를 상대로 2타점짜리 우월 2루타를 폭발했다.
지금까지 두산의 대타 성공률을 0.303이다. 10개 구단 중 3위로 시즌 타율(0.305)과 엇비슷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오는 '주전과 백업 기량 차가 거의 없다'는 타구단의 부러움.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닌 듯 하다. 여기에는 김태형 감독의 판단이 한 몫 한다. 단순히 그 선수를 내보내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 아닌, 모든 선수가 과감히 방망이를 돌리는 그 '분위기'를 만든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이 지금 두산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다. 야구는 언제나 기 싸움. 올 시즌 두산의 기는 꽤 세보인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