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복귀 두산, 주축 선수 '강제 휴식'으로 얻은 5승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5-15 22:07 | 최종수정 2016-05-16 01:46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양훈과 두산 유희관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두산 3회 2사 1, 2루에서 오재원의 적시타 때 2루주자 양의지가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홈에서 슬라이딩 세이프되고 있는 양의지..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15

두산 베어스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피치를 올리고 있다. 지난주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를 만나 5승1패를 거두며 4경기 차 앞선 1위가 됐다. 36경기 승률은 6할8푼6리. 24승1무11패다. 이는 김태형 두산 감독조차 예상치 못한 선전이다. 5~8일 충격적인 4연패에 빠져 중위권 추락을 걱정하다, 아주 큰 위기로 판단한 10~15일 6연전에서 2승1패, 스윕까지 달성했다.

기본적으로 야수들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태형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의 '판단'도 적중했다. 약 2주간 두산 내부 사정은 어떻게 돌아간 것일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어떻게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을까.

정재훈+양의지 강제 휴식, 비난은 한 순간.

아직 시즌 초반이다. 지금의 순위가 끝까지 유지될 리 없다. 김 감독도 이제 30경기를 갓 넘은 시점에서 "1위 자리가 기분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6월 중순부터"라고 했다.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는 말이다. 그 중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눈앞의 1승에 집착하진 않겠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대표적으로 정재훈, 양의지, 김재호 등 핵심 선수들이 나름 적절한 타이밍에서 휴식을 부여받고 있다. 팬들은 '왜 그 선수들을 쓰지 않았냐'고 불만을 쏟아내지만, 김 감독은 "지금은 기다리고 버텨야 할 때다. 모든 비난은 내가 감수한다"고 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정재훈은 6~8일 롯데와의 3연전에서 아예 불펜 대기를 하지 않았다. 어깨가 조금 불편해 휴식을 취했고 10일부터 정상적으로 기용됐다. 무릎이 안 좋은 양의지도 12일 인천 SK전에서 푹 쉬었다. 경기 전 훈련까지 생략한 채 벤치에서 응원만 했다. 양의지가 없던 당시, 두산은 2-5이던 9회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최재훈. 팬들은 양의지를 외쳤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그대로 최재훈을 밀어붙였다. 자칫 방망이를 들다가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면서 미동도 안 했다.

그 결과 지난주 5승을 챙겼다. 참고 기다렸더니, 선수들이 그 믿음에 부응했다. 정재훈은 10일부터 11,13,15일 등판했다. 3⅔이닝을 1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수십억을 받는 FA 투수보다 안정된 피칭을 했다. 현재 두산이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21승 무패를 기록 중인 이유. 투수조 최고참 정재훈과 마무리 이현승 때문이다. 양의지 역시 13일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휴식 효과를 톡톡히 봤다. 15일에는 타석에서 5타수 1안타 1득점을 올렸고, 선발 유희관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스윕에 힘을 보탰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8회 2사 1, 2루에서 최주환이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는 최주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15
적중하는 대타 카드. 1승 이상 효과

지금까지 팀 내 결승타 1위는 왼손 거포 김재환(4번)이다. 캡틴 김재호와 안방마님 양의지, 3루수 허경민이 나란히 3번씩으로 공동 2위다. 그런데 지금의 독보적인 순위는, 최주환이 때린 두 번의 결승타, 지금은 2군에 있는 박세혁이 날린 결승타 때문인지도 모른다. 찬스 때마다 벤치에서 대기 하고 있던 선수가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얘기다.


최주환은 15일 고척 넥센전에서 3-3이던 8회 2사 1,2루에서 대타로 출전해 상대 마무리 김세현의 낮은 공을 밀어쳐 좌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또 지난달 20일 수원 kt전에서는 4-4이던 6회 1사 2루에서 박건우 대신 타석에 들어서 우월 투런 홈런을 폭발했다. 그렇게 두산은 최주환 때문에 4월 중순 7연승, 이번에는 3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박세혁 역시 4월26일 잠실 SK전에서 0-1이던 6회 무사 만루에 대타로 출전, 켈리를 상대로 2타점짜리 우월 2루타를 폭발했다.

지금까지 두산의 대타 성공률을 0.303이다. 10개 구단 중 3위로 시즌 타율(0.305)과 엇비슷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오는 '주전과 백업 기량 차가 거의 없다'는 타구단의 부러움.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닌 듯 하다. 여기에는 김태형 감독의 판단이 한 몫 한다. 단순히 그 선수를 내보내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 아닌, 모든 선수가 과감히 방망이를 돌리는 그 '분위기'를 만든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이 지금 두산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다. 야구는 언제나 기 싸움. 올 시즌 두산의 기는 꽤 세보인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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